[현장에서] 미사일 지침 개정해도 '한국판 스페이스X'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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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20-08-0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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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던 한국형 우주 발사체(로켓) 개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소식이 들려왔다. 정부가 우주 발사체 고체연료엔진의 추력을 초당 100만 파운드로 제한하고 있던 한미 미사일지침을 개정해 아무런 제약 없이 우추 발사체용 고체연료엔진을 개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정부는 고체연료엔진을 활용해 저렴하게 우주 발사체를 쏘아 올림으로써 민간 우주기업이 늘어나고 한국이 우주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될 것으로 자평했다. 언론들도 일제히 한국판 '스페이스 엑스'가 등장할 것이란 기대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현실과 많은 거리가 있는 반응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냉정하게 말해 고체연료엔진 개발에 관련된 제한을 풀더라도 한국판 스페이스 엑스는 불가능하다. 스페이스 엑스, 블루오리진 등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이 개발한 우주 발사체는 모두 액체연료엔진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액체연료엔진은 폭발할 위험이 있어 발사체에 미리 충전해둘 수 없다는 단점을 제외하면 고체연료엔진보다 추력과 제어능력 면에서 훨씬 우수하다. 대부분의 우주발사체가 액체연료엔진을 택하는 이유다. 반면 즉시 발사할 필요성이 있는 군용 발사체는 대부분 고체연료엔진을 택하고 있다.

고체연료엔진의 개발비용이 액체연료엔진보다 저렴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발사에 들어가는 비용은 둘에 큰 차이가 없다. 세계 최대 규모의 고체연료엔진을 탑재한 일본의 우주 발사체 앱실론의 1회 발사 비용은 38억엔(약 432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우주 산업은 단순히 우주에 도달하는 것을 넘어 얼마나 저렴하게 우주에 도달하느냐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은 발사체 1회 발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대 1500만 달러(약 178억원)로 보고 있다. 스페이스 엑스는 독보적인 발사체 재활용 기술을 통해 이 비용을 수백만 달러(100억원 미만)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정부가 정말 민간 우주기업을 육성하고 싶다면, 우주 발사체 엔진의 종류에 연연치 않고 정밀한 발사체 제어 능력과 발사체 재활용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고체연료엔진이 우주 발사체 개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위성궤도를 넘어 달이나 화성 같은 먼 거리에 도달해야 할 때 액제연료엔진을 돕는 보조엔진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우주 발사체 개발에서 얻은 노하우를 군용 발사체 개발에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체연료엔진 기술 개발이 액체연료엔진 기술 개발보다 훨씬 쉽다지만, 현재 국내 고체연료엔진 기술 개발은 오히려 액체연료엔진 기술보다 뒤쳐진 상황이다. 그동안 한미 미사일지침으로 고체연료엔진 기술 개발이 막혀 액체연료엔진 기술 개발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액체연료엔진 기술은 10여년의 연구·개발 끝에 내년 우주 발사체 누리호를 쏘아 올릴 수 있을 만큼 발전했지만, 고체연료엔진 기술은 10년 전 나로호에 이용된 초당 100만 파운드급 'KM 모터'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고체연료엔진 개발 제한 해제로 민간 우주기업이 등장할 것이란 단꿈을 꿀 때가 아니다. 국내에 고체연료엔진 관련 기술과 경험이 하나도 없음을 인정하고 일본 등 고체연료엔진 개발에 집중하는 국가를 따라잡기 위한 냉정한 전략과 관련된 예산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일용 기자.[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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