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익우 롯데GRS 대표가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컨세션(식음료 위탁운영) 사업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식 수요가 쪼그라들고 사람이 몰리는 컨세션 사업장이 직격탄을 맞으면서다. 특히 코로나19로 반년 넘게 개점휴업 상태에 놓인 공항 쪽 컨세션 사업에 집중했던 롯데GRS의 실적 악화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남 대표의 책임론마저 불거지고 있다. 롯데GRS의 중장기 사업전략으로 컨세션 사업을 꼽았던 남 대표가 뚜렷한 성장을 기록하지 못한다면 그룹 전체로 확산하고 있는 위기감과 맞물려 거취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1~7월 인천공항 이용객 전년比 4분의1 수준
2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7월 16일까지 인천공항 이용객은 약 1089만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이용객 수가 3867만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분의1 수준으로 급감했다.
코로나19 발병 초기인 1월에는 631만명이 이용해 작년 1월(625만명)보다 다소 늘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한 2월부터 338만명, 3월에는 61만명으로 현격히 줄었다. 이어 4월 15만명, 5월 14만명, 6월 18만명으로 3개월 연속 10만명대 수준에 그쳤다.
이처럼 국내 공항 등 컨세션 매장들은 코로나19에 따른 이용객 급감으로 찾는 손님이 거의 없는 상태다. 컨세션은 공항과 고속도로 휴게소, 병원 등의 다중 이용시설을 일괄적으로 임차해 식음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식음료 매장을 운영하는 매장들은 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여행이 사실상 막히면서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70~90% 줄어들었다.
◆공항 컨세션 임대료 높고 투자금 큰 탓에 타격 상당
공항을 중심으로 컨세션 사업을 하고 있는 롯데GRS의 매출 타격도 상당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롯데GRS 관계자는 “국제선은 집객이 안 되고 있으며 적자 상황”이라며 “탑승동 내 매장의 경우 문도 못 열고 있고 영업하면 할수록 적자”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컨세션 사업 중 공항 분야가 가장 크고 투자금도 많이 들어갔다”며 “임대료도 다른 곳보다 높아 공항 쪽 매출이 가장 안 좋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롯데GRS는 2016년 강동 경희대 병원을 시작으로 컨세션 사업에 뛰어들었다. 남 대표가 취임한 2018년부터 인천·김포·김해 공항 등 11곳으로 매장을 늘려 나갔다. 남 대표는 지난해 7월 롯데사장단회의에서 컨세션을 중장기 핵심사업으로 지목하고 꾸준히 확대할 방침을 세웠다.
적자를 면치 못하는 롯데GRS와 달리 같은 컨세션 사업을 하고 있는 SPC삼립의 경우 코로나 9부 능선을 넘으며 활기를 찾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여행 대신 국내 여행이 늘면서 그만큼 휴게소를 방문하는 사람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SPC삼립은 2010년부터 고속도로 휴게소 컨세션 사업에 진출해 김천, 진주, 시흥하늘휴게소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운영을 시작한 가평휴게소는 연매출 512억원에 달하며 연간 900만명이 방문한다. SPC삼립의 휴게소 관련 매출은 최근 작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롯데GRS는 휴게소 컨세션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 휴게소 컨세션 사업 강화에 나선 SPC삼립과는 다른 행보다. 이런 상황에서 남 대표를 향한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야심차게 준비한 컨세션 사업의 방향 키를 잘못 잡았다는 지적이다.
국내 컨세션 시장은 2009년 2조3000억원에서 2018년 6조원 수준이다. 복합쇼핑몰과 고속도로 휴게소가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공항 푸드코트와 병원 내 음식점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항 내 컨세션 사업은 시내 외식사업과 달리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하반기에도 매출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GRS가 운영 중인 롯데리아의 해외 사업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롯데리아는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9년 만에 완전 철수 결정을 내렸다. 롯데리아 인도네시아법인 등에 따르면 롯데리아는 6월 29일을 기점으로 자카르타 수도권에 남아있던 매장 17개를 영구 폐업한다. 롯데리아는 2011년 10월 19일 자카르타 롯데마트 클라파가딩점에서 인도네시아 1호점을 개점하고, 그동안 최대 35개 매장을 운영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패스트푸드 시장을 KFC와 맥도날드 등 글로벌 브랜드가 이미 선점하고 있어 점유율 1%를 넘지 못한 채 고전했다. KFC와 맥도날드의 현지 시장 점유율은 80%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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