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대순환을 위주로 국내외 쌍순환이 상호 촉진하는 새로운 발전 구도를 형성해야 한다.”
지난달 3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주재로 열린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하반기 경제 운영 방향의 중점을 이렇게 요약했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등으로 국제 환경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경제 구도를 자국 내수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얘기다.
이날 회의에서 언급한 국내대순환론은 기존의 수출 중심 대외 개방 발전 전략인 국제대순환론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국제대순환론은 1980년대 중국 경제학계에서 제안했다. 중국의 풍부한 노동력을 이용해 가공무역을 발전시켜 중국의 공업화를 실현한다는 것으로, 과거 40년 가까이 중국 대외개방의 핵심 기조였다.
그런데 중국 지도부가 이를 대체하기 위해 국내대순환을 중심으로 한 쌍순환 전략을 선언한 건 사실상 중국의 중대한 전략적 전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맥쿼리증권은 최신 보고서에서 "이는 새로운 세계에 대응하기 위한 중국 지도부의 새로운 전략"이라며 "한 마디로 '내수 퍼스트(최우선)'를 가리킨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중국 국내 공급망을 장악하고 해외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노무라증권도 최신 보고서에서 “중국 지도부가 지난 몇 개월간 '내순환'을 수 차례 강조해 왔다"며 "새 전략의 핵심은 '내부 지향적(inward turning)'"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는 사실상 수입 대체(혹은 자급자족)와 내수 확대를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이 같은 중국의 전략적 조정엔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 코로나19 팬데믹 등 복잡하고 불확실한 국제 환경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최근 전 세계 반중 감정이 확산되며 미·중 무역전쟁을 비롯해 지정학적 갈등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데다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동영상플랫폼 틱톡 등 중국 기업에 대한 금지령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노무라증권은 보고서에서 "중국으로선 글로벌 무대에서의 역할을 재조정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라고 풀이했다.
국내대순환을 위주로 한 국내외 쌍순환 전략은 향후 중·장기적인 중국 경제운영 방향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로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중국이 맞닥뜨린 여러 문제는 중·장기적인 것으로, 지구전의 각도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언급한 게 이를 증명한다.
이중리 중국 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이는 중국 2021~2025년 경제운영 계획인 '14차 5개년 계획'의 핵심 내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셴(陳憲) 상하이 교통대 경제관리학원 교수는 경제내순환 전략을 "단기적으론 소득 증대를 통해 내수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고, 중장기적으론 경제구조 개혁과 과학기술 혁신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놓고 사실상 중국이 빗장을 걸어잠그겠다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우려에 대해 중국 정부는 일축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21일 기업가 좌담회 연설에서 "국내대순환이란 절대로 문을 걸어잠그고 폐쇄적으로 경제를 운영하겠다는 게 아니다"며 "내수 잠재력을 키우고 국내외 시장을 더욱더 잘 연결시킴으로써 국내외 시장과 자원을 더 잘 활용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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