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내 부동산신탁의 위상이 높아졌다. 그룹 전체 순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지만, 당기순익 상승률이 상당히 높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 부동산신탁사인 아시아신탁은 올 상반기 19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08%(155억원) 급증한 수준이다. KB금융의 KB부동산신탁도 1년 전 대비 25%(77억원) 증가한 383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우리금융의 우리자산신탁이 올 상반기에 올린 순이익은 202억원이다. 우리금융에 편입되기 전 국제자산신탁 시절인 지난해 상반기 올린 순익 대비 18%(29억원) 증가했다. 하나금융의 하나자산신탁 순익도 같은 기간 21%(69억원) 늘어난 392억원을 기록하며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부동산신탁은 부동산 소유자에게서 권리를 위탁받아 부동산 관리와 처분 및 개발 등 업무를 처리하며 수수료를 받는 사업이다. 노후빌딩을 구입해 신축하거나 빌라 관리를 맡기려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부동산신탁 시장도 커지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 공시를 보면 부동산신탁 수탁총액은 2016년 말 155조9600억원에서 올해 5월 303조8600억원으로, 3년 5개월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금융그룹의 신탁사들이 호실적을 거둔 것은 각 그룹이 이 시장을 잡기 위해 공을 들인 결과다. 신한금융은 지난 4월 '신한부동산 밸류 플러스(Value-Plus)' 서비스를 출시하며 고객을 끌어모았다.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영업점 기반의 중개 역할, 은행이 대출, 신한리츠운용이 간접투자(리츠)를 맡는 식으로 계열사 시너지를 높였다.
우리금융도 은행과 신탁사의 연계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은행의 담보대출을 기반으로 신탁사가 수주한 담보신탁 건수는 33건에 달한다. 시공사에 채무불이행이 발생해 공사가 중단될 경우도 보증해주는 책임준공형 신탁도 올 상반기에만 17건(수주액 272억원)을 신규 수주했다. 이는 2018년 2건, 2019년 7건 등 연간 수주건수를 크게 뛰어넘는 실적이다.
부동산신탁 순익이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순익이 크게 오르며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알짜 회사'로 꼽힌 저축은행을 뛰어넘거나 실적 차이를 벌리고 있다.
신한금융의 아시아신탁은 순익 규모에서 신한저축은행을 넘어섰다. 신한저축은행은 올 상반기에 1년 전보다 32%(36억원) 증가한 148억원의 순익을 거뒀으나, 아시아신탁에는 미치지 못했다. KB부동산신탁과 KB저축은행 간 순익 차는 지난해 상반기 207억원에서 284억원으로 벌어졌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부동산신탁 서비스를 찾는 고객 대부분이 자산가여서, 이들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며 "초저금리 기조로 저축은행의 수익성이 떨어진 반면, 신탁시장에서는 높은 비이자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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