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채권단, 현산 측 '재실사 요구' 거부

이동걸 산은 회장 "M&A 무산 시 모든 책임은 현산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연합뉴스]

KDB산업은행이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요구를 거부했다. 인수·합병(M&A) 무산 시 모든 책임은 현산에 있다고 공식화했다. 계약금 반환을 할 수 없다는 것으로, 현산 측에 결단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3일 오후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제는 더 이상 결정을 미룰 수 없는 결단의 시점이 오고 있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회장은 "7주 동안 엄밀한 실사를 한 가운데, 상황 변화가 있다면 점검만 하면 되는 것"이라며 "(현산 측이) 자꾸 재실사를 요구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대현 산은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이 실무적인 입장에서 재실사가 힘들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브리핑을 진행한 최 부행장은 현산의 재실사 요청에 대해 "통상적인 M&A 절차에서 이런 경우가 없을 정도로 과도한 수준의 요구라고 본다"며 "기본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최 부행장은 "인수가 전제된다면 인수 후 코로나19로 인한 영업환경 분석, 재무구조 개선 등을 위한 대응책을 마련할 목적으로 제한된 범위 내에서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M&A 무산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나 무산 시 모든 책임은 현산이 져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 회장은 "계약이 무산될 경우 계약금 반환 소송이 불가피하겠지만, 금호산업과 산은 측에서는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며 "계약 무산의 모든 책임은 현산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약 당사자로서 모든 가능성에 대해 열어놓고 진중하게 협의해주길 바란다"며 거래종결일인 오는 11일까지 최종 계약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산은은 아시아나 매각이 무산될 경우를 대비해 채권단이 최대주주가 되는 방안 등 '플랜B'도 마련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최 부행장은 "매각 무산 시 아시아나 영업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동성 지원, 영구채 주식전환 등 채권단 주도의 경영관리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간산업기금 지원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형 사모펀드나 대기업 그룹이 새로운 인수주체가 되는 방안에 대해서는 투자적격성 여부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는 현산의 아시아나 재실사 요구에 대한 채권단 입장을 밝히기 위해 열렸다. 앞서 현산은 지난달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금호 측과 채권단에 '아시아나 재실사를 12주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아시아나의 재무 상태와 항공 업황이 지난해 12월 인수계약 체결 당시와 크게 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산은은 기간산업안전기금 운영과 관련, 항공·해운 등 9개 산업의 생태계 유지에 필수적인 중소·중견 협력업체에 대한 운영자금 대출을 오는 5일 실행키로 했다. 또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에 대해서는 "두산 측이 현재까지 자산매각 등 자구계획을 충실히 이행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며 "두산중공업이 에너지전문 기업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