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나보다 똑똑하다(We are smart than me).' 1910년대 하버드 대학 교수이자 곤충학자인 윌리엄 모턴 휠러는 개미의 사회적 행동을 관찰하면서 처음으로 '집단지성(集團知性)'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이후 프랑스의 사회학자인 피에르 레비가 사이버 공간에서의 집단지성 개념을 정리했다.
집단지성은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 혹은 경쟁을 통해 얻게 되는 결과를 의미한다. 소수의 우수한 전문가의 능력보다 다양성과 독립성을 가진 집단의 지성이 올바른 결론에 가깝다는 개념이다.
지구촌이 집단지성을 주목하게 된 것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와 연관이 깊다. 위키피디아는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자유롭게 접근해 실시간으로 내용을 편집·수정할 수 있기에, 집단지성으로 만드는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다.
2012년 각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이 저술해 명성을 얻은 브리태니커는 위키피디아에 밀려 종이책 출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브리태니커가 탄생한 지 244년 만의 일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힘을 모아 전문가들의 아성을 허물어버린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여러 분야에 집단지성을 도입하자는 움직임이 점차 활발해져 갔다.
국내에서 201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된 P2P 대출도 이 같은 집단지성의 영향을 받았다. P2P 대출은 인터넷을 통해 개인과 개인이 직접 자료 등을 주고 받는 P2P(Peer to Peer) 개념을 대출에 접목한 금융업이다.
금융사가 일종의 장터를 개설해주면, 대출 공급자(투자자)가 대출 수요자(대출자)에게 직접적으로 대출을 해주고 그에 따른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대출자는 간소한 절차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투자자는 저금리 시대에 연 10% 수준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 금방 인기를 모았다. 실제 2017년 말 1조6820억원에 불과했던 P2P 대출업체 총 누적 대출금액은 올해 6월 말 기준 10조7562억원으로 5배 이상 늘었다.
P2P 대출이 2년 반 만에 이같이 급격히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전통적인 금융사의 대출 체계와 달랐기 때문이다. 기존 금융사는 대출희망자의 담보 등을 정밀하게 따져 심사를 진행한다. 이 심사 과정에서 시간도 오래 걸리고, 대출조건이나 한도가 대출희망자의 생각과 다르게 결정될 가능성도 많다.
그러나 P2P 대출에서는 대출희망자가 자금의 용도와 대출조건·상환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면, 다음은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정보를 나누고 토론하며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투자자라는 집단지성의 검증을 통과할 수 있다면, 대출희망자는 신속하게 원하는 대출금을 손에 쥘 수 있다. 아울러 투자자들은 적합하게 검증만 할 수 있다면 기존 금융사보다 더 큰 대출이자를 챙길 수 있는 구조다.
P2P 대출이 처음 알려지던 시기에 전통적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구조를 놓고 '실험'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금융사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전문 심사역의 실적을 집단지성이 뒤쫓아 올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P2P 대출사가 순조롭게 규모를 늘린 끝에 지난해 정부가 새로운 금융업으로 인정하게 된 지금 단계에선 언뜻 보기에 집단지성의 실험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6월 말 기준 P2P 업체 147개사의 평균 연체율은 16.68%에 이른다. 대부분 시중은행의 연체율이 0.5% 내외에서 관리되는 것과는 큰 차이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가 집단지성의 실험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투자자들의 투자 판단 실패보다는 장터 관리에 집중해야 할 P2P 대출업체가 사기와 꼼수를 부려 투자자를 기망하고 있었던 탓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P2P 대출업체 팝펀딩, 넥펀 대표가 투자자들이 제기한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2018년에도 이나리츠, 더하이원, 오리펀드의 대표들이 허위대출 등의 혐의로 줄줄이 구속되기도 했다. P2P 대출의 근간인 집단지성이 제대로 작동했는지조차 판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연체율 급등과 업체 대표의 구속이 이어지면서 최근 일반 투자자가 점차 P2P 대출 투자를 멀리하게 된다는 점이다. 연체율이 안정적(5% 수준)이었던 2018년 상반기 P2P 대출 업체의 누적대출액이 109.95% 상승세를 보였던 반면, 올해 상반기는 24.27% 상승에 그치고 있다.
결국 투자자들이 안전하게 집단지성을 시험할 수 있도록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P2P 대출업에 있어 가장 시급한 과제인 셈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연계대출채권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또 다른 대출사기가 벌어지고 있는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조사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P2P 대출업체 사이에서는 최근 급격히 강화되는 규제에 다소 적응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몇몇 사기업체 때문에 통상적인 영업을 하는 상당수 업체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측면을 감안하면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 P2P 대출업 전체가 사기범의 온상으로 낙인찍히기 전에 신뢰를 굳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오히려 좋은 기회라 생각할 수 있다. 당장 규제를 회피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일반 투자자의 시선을 감안해 더 적극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데 앞장선다면 좋지 않을까. 안전장치에 보호받는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집단지성을 실험해 볼 수 있도록 P2P 대출업계 전반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집단지성은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 혹은 경쟁을 통해 얻게 되는 결과를 의미한다. 소수의 우수한 전문가의 능력보다 다양성과 독립성을 가진 집단의 지성이 올바른 결론에 가깝다는 개념이다.
지구촌이 집단지성을 주목하게 된 것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와 연관이 깊다. 위키피디아는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자유롭게 접근해 실시간으로 내용을 편집·수정할 수 있기에, 집단지성으로 만드는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다.
2012년 각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전문가들이 저술해 명성을 얻은 브리태니커는 위키피디아에 밀려 종이책 출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브리태니커가 탄생한 지 244년 만의 일이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힘을 모아 전문가들의 아성을 허물어버린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여러 분야에 집단지성을 도입하자는 움직임이 점차 활발해져 갔다.
국내에서 201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된 P2P 대출도 이 같은 집단지성의 영향을 받았다. P2P 대출은 인터넷을 통해 개인과 개인이 직접 자료 등을 주고 받는 P2P(Peer to Peer) 개념을 대출에 접목한 금융업이다.
금융사가 일종의 장터를 개설해주면, 대출 공급자(투자자)가 대출 수요자(대출자)에게 직접적으로 대출을 해주고 그에 따른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대출자는 간소한 절차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투자자는 저금리 시대에 연 10% 수준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 금방 인기를 모았다. 실제 2017년 말 1조6820억원에 불과했던 P2P 대출업체 총 누적 대출금액은 올해 6월 말 기준 10조7562억원으로 5배 이상 늘었다.
P2P 대출이 2년 반 만에 이같이 급격히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전통적인 금융사의 대출 체계와 달랐기 때문이다. 기존 금융사는 대출희망자의 담보 등을 정밀하게 따져 심사를 진행한다. 이 심사 과정에서 시간도 오래 걸리고, 대출조건이나 한도가 대출희망자의 생각과 다르게 결정될 가능성도 많다.
그러나 P2P 대출에서는 대출희망자가 자금의 용도와 대출조건·상환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면, 다음은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정보를 나누고 토론하며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투자자라는 집단지성의 검증을 통과할 수 있다면, 대출희망자는 신속하게 원하는 대출금을 손에 쥘 수 있다. 아울러 투자자들은 적합하게 검증만 할 수 있다면 기존 금융사보다 더 큰 대출이자를 챙길 수 있는 구조다.
P2P 대출이 처음 알려지던 시기에 전통적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구조를 놓고 '실험'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금융사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전문 심사역의 실적을 집단지성이 뒤쫓아 올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P2P 대출사가 순조롭게 규모를 늘린 끝에 지난해 정부가 새로운 금융업으로 인정하게 된 지금 단계에선 언뜻 보기에 집단지성의 실험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6월 말 기준 P2P 업체 147개사의 평균 연체율은 16.68%에 이른다. 대부분 시중은행의 연체율이 0.5% 내외에서 관리되는 것과는 큰 차이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가 집단지성의 실험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투자자들의 투자 판단 실패보다는 장터 관리에 집중해야 할 P2P 대출업체가 사기와 꼼수를 부려 투자자를 기망하고 있었던 탓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P2P 대출업체 팝펀딩, 넥펀 대표가 투자자들이 제기한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2018년에도 이나리츠, 더하이원, 오리펀드의 대표들이 허위대출 등의 혐의로 줄줄이 구속되기도 했다. P2P 대출의 근간인 집단지성이 제대로 작동했는지조차 판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연체율 급등과 업체 대표의 구속이 이어지면서 최근 일반 투자자가 점차 P2P 대출 투자를 멀리하게 된다는 점이다. 연체율이 안정적(5% 수준)이었던 2018년 상반기 P2P 대출 업체의 누적대출액이 109.95% 상승세를 보였던 반면, 올해 상반기는 24.27% 상승에 그치고 있다.
결국 투자자들이 안전하게 집단지성을 시험할 수 있도록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P2P 대출업에 있어 가장 시급한 과제인 셈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연계대출채권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또 다른 대출사기가 벌어지고 있는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조사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P2P 대출업체 사이에서는 최근 급격히 강화되는 규제에 다소 적응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몇몇 사기업체 때문에 통상적인 영업을 하는 상당수 업체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측면을 감안하면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 P2P 대출업 전체가 사기범의 온상으로 낙인찍히기 전에 신뢰를 굳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오히려 좋은 기회라 생각할 수 있다. 당장 규제를 회피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일반 투자자의 시선을 감안해 더 적극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데 앞장선다면 좋지 않을까. 안전장치에 보호받는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집단지성을 실험해 볼 수 있도록 P2P 대출업계 전반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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