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中 파격 혜택에 내수 뒷받침...붉은 반도체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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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곽예지 기자
입력 2020-08-0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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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高기술력'기업 국적 불문 "최장 10년 비과세" 혜택

  • 인재 싹쓸이··· '천재소년' 나이 불문 연봉 3.5억원 영입도

  • 하루 145개씩 반도체 신생기업 탄생···든든한 내수 뒷받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의 제재는 그렇게 강력하지 않다. 중국은 (미국을) 충분히 따라잡을 것으로 낙관한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중신궈지(中芯國際·SMIC) 창업주 장루징(張汝京)이 4일 한 반도체 포럼에 참석해 한 말이다. 미국의 제재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해외 반도체 부품 조달이 어려워져 중국 반도체 국산화가 절실해진 가운데, 중국 '반도체 대부' 격인 그가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거기엔 다 이유가 있다. 미국의 제재는 오히려 중국이 반도체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는 자극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현재 20%대 수준의 반도체 자급 수준을 2025년까지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 기업, 대학까지 모두 나서서 반도체 기술력을 높이고 인재를 육성하는 데 과감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아주경제db]

 
'高기술력' 기업은 국적 불문··· "최장 10년 비과세" 혜택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세제 감면 등 방면서 파격적인 혜택을 내놓고 있다. 지난 4일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신시대 반도체·소프트웨어 고품질 제품 개발과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이 대표적이다.

△재정 △세금 △투자 △연구·개발(R&D) △수출입 △인재육성 △지적재산권 △상용화·국제협력 등 8개 방면에서 40개 세부 항목으로 마련됐다. 사실 중국 국무원은 이미 2000년부터 반도체 산업 지원 관련 정책을 내놨다. 이 지원책은 2011년 초 세금 감면을 중심으로 한 차례 확대됐고, 이번엔 더욱 강력한 지원책이 쏟아진 것이다. 전 세계 반도체 기업과 인재를 자국으로 유치하는 데 중점을 뒀다. 

가장 눈여겨볼 건 최대 10년 법인세 면제라는 파격적인 세금 감면 혜택이다.  구체적으로 28나노미터(nm, 10억분의1m) 이하 반도체 공정 기술력을 보유한, 15년 이상 반도체 사업을 운영한 기업엔 향후 최대 10년간 법인세가 면제된다.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을 설립한 기업이라면 국적과 상관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삼성전자처럼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세우고 고도 반도체 공정 기술력을 갖춘 외국기업도 10년간 법인세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토종 파운드리 업체 중에선 SMIC와 화훙반도체 정도만이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공정 기술력을 갖춘 상태다. 현재 두 업체의 반도체 공정 기술 수준은 각각 14nm, 28nm까지 도달했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에 거액의 자금도 퍼붓고 있다. 2014년 정부가 참여하는 반도체 전용펀드 ‘국영 반도체 산업 투자 기금’을 설립해 매년 300억~600억 위안 규모 자금을 반도체 기업에 투자했다. 지난해까지 누적 투자액은 1400억 위안에 달한다. 올해는 지난해 신설한 2차 펀드를 통해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중앙정부 이외에도 상하이와 베이징 등 지방정부도 자체 펀드를 설립해 반도체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SMIC가 대표적인 수혜자다. SMIC는 미·중 기술전쟁 속 반도체 국산화에 열을 올리는 중국이 강력히 밀고 있는 자국 기업이다. 특히 올 들어 미국의 전방위 압박 속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TSMC로부터 반도체 물량 공급을 받기 어려워지자 대안으로 선택한 게 바로 SMIC다. SMIC 기술력이 아직 TSMC엔 못 미치지만 거금을 투자해 SMIC를 적극 키우고 있는 것. 지난달 SMIC가 '상하이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커촹반에 상장할 당시에도 국영 반도체 펀드로부터 약 3조원의 전략적 투자를 받았다. 
 
인재 싹쓸이··· 20대 '천재소년' 연봉 3.5억원에 영입

하지만 아무리 돈을 퍼부어도 반도체 전문 기술력을 가진 인재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SMIC 창업주 장루징도 "단기간 내 반도체 인력 풀이 부족하다는 게 최대 약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몇몇 수준 높은 기술 인력을 영입해 젊은 인력을 키운다면 중국은 충분히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고 했다.

사실 중국에선 매년 반도체 전공 대졸자가 3만명씩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인재에 목마르다. '중국집적회로산업 인재 백서'에 따르면 2020년 전후 중국 반도체 인재 수요는 72만명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인재는 40만명에 불과하다. 32만명이 모자르다. 특히 고급 인력이 부족하다.

중국이 반도체 고급 인력 육성을 위해 여러 정책를 내놓는 이유다. 최근 각 대학의 ‘반도체 학과’ 등급을 격상시킨 게 대표적이다.

지난달 30일 중국 국무원 학위위원회는 투표를 통해 집적회로 전공을 '1급 학과'로 격상시켰다. 그동안 전자공학 부문 산하로 있던 과목을 분리해 최고 등급인 1급 학과로 지정한 것이다.

1급 학과로 지정되면 연구비 예산도 늘고, 학생모집 정원 수도 증가한다. 교사 역량, 연구실험 설비 수준도 높아지게 된다. 산하엔 반도체 시스템, 패키징, 소재, 설계, 초미세전자공학 등 별도 세부 전공을 만들어 전문 인력을 배양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기업들도 전문 기술 인력을 유치하는 데 안간힘이다. 미국 제재에 맞서 핵심 반도체 기술 확보 총력전을 펼치는 화웨이가 대표적이다.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창업주가 지난 7월 말 직접 상하이 3대 명문대학교인 교통대, 푸단대, 둥난대를 방문해 인재 영입에 나섰을 정도다.

화웨이의 ‘천재소년’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다. 천재소년은 런 창업주가 지난해 만든 우수 인재 영입 프로젝트 이름이다. 지난해 그는 매년 전 세계적으로 20~30명의 천재소년을 영입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돈으로 1억5000만~3억500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연봉 조건도 제시했다. 올해는 우한화중과기대 컴퓨터 공학 박사 과정을 갓 마친 27세 '천재소년' 장지씨가 초봉 3억5000만원에 화웨이로 영입됐다.

런 창업주는 "이러한 천재 소년들이 미꾸라지처럼 화웨이 조직을 활기차게 만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과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메기론'을 연상케 한다. 포식자인 메기를 미꾸라지 무리 속에 함께 넣어두면 미꾸라지들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을 치면서 더욱 강하고 튼튼하게 자란다는 논리다.

중국은 전 세계 각 기업에서 반도체 고급 인력을 모셔오기 위해 거금도 아끼지 않는다. 특히 '반도체 강국' 대만이 타깃이다. 앞서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기업은 반도체 개발 인력에게 대만 기업에서 일할 때보다 2~3배 이상 되는 높은 급여, 탄탄한 복지 등을 제시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이 2015년 반도체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지금까지 3000명 이상의 인재들이 빠져나갔다. 대만 유력 경제지 ‘상업주간’과 대만경제연구원 등이 추산한 규모다. 최근 장원기 전 삼성전자 사장이 중국 디스플레이 구동 칩 제조업체인 '에스윈(ESWIN)'에 가려다 여론 비판에 이를 철회한 것도 중국 반도체 인력 싹쓸이의 대표적인 사례다.
 
하루에 145개씩 반도체 신생기업 탄생··· 든든한 내수 뒷받침

[아주경제db]


정부와 기업의 '쌍끌이 전략'에 중국 반도체 산업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중이다. 중국 공업신식화부(공신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집적회로 산업규모는 7500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8% 성장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집적회로 생산량이 1000억장을 기록해 작년 동기 대비 16.4%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생산을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반도체 관련 기업 수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중국 기업정보 플랫폼 톈옌차(天眼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 새로 설립된 반도체 관련 기업은 5만3000개로 전년 대비 33.09% 늘었다. 증가 폭으로는 역대 최대치다. 하루에 145개 반도체 기업이 생겨난 셈이다. 올 들어 증가세는 더 가파르다. 상반기 새롭게 설립된 기업은 2만8000여곳이며, 이 중 2분기에만 1만9000곳이 설립됐다. 전 분기 대비 94%가 늘어난 것이다.

그만큼 반도체 수요 물량도 뒷받침되고 있다. 든든한 내수시장 덕분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자제품 생산·소비국이자, 세계 최대 이동통신 시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제재,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화웨이가 올 2분기 삼성전자를 뛰어넘어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건 전체 판매량의 70% 이상이 중국 내수시장에서 팔린 덕이다.

중국은 올 들어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과거 수출주도형 경제성장 모델이 아닌 ’내수 퍼스트(내수 우선)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력갱생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외국기업들이 토종기업에 밀려 설 자리를 잃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왕충룽(王從容) 주한 중국대사관 경제참사관은 “특히 반도체처럼 고부가가치 산업 공급망은 중국 기업이 모두 장악하긴 힘들다"고 했다.

삼성이 시안 반도체 공장에 투자를 늘리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투자하는 이유다. 미·중 갈등이 고조된 지난 5월 미국 인텔도 중국 반도체 스타트업 2곳에 투자했다. 반도체 부문의 ‘자동화 설계 소프트웨어(EDA)’를 개발하는 ‘프로플러스’와 반도체 공장에서 쓰이는 고순도 특수 가스를 제조하는 ‘스펙트럼 머티리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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