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지난 3월 25일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강도 높은 전국 봉쇄 조치를 도입했지만,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생기자 5월부터 이를 차례로 해제했다. 하지만 공장 가동이 재개되고, 주민들의 이동과 상업시설 운영이 자유로워지면서 현재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현지 진출 기업들은 인도 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대응에 나서면서도,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인도 누적 확진자 세계 3번째
9일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시스템사이언스·엔지니어링센터(CSSE) 코로나19 현황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2시 기준 인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수는 208만8611명이다. 인도는 현재 미국(492만89명), 브라질(296만2442명)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누적 확진자가 많은 나라다.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 LG전자 등 인도에서 생산라인을 가동 중인 국내 기업들은 비상에 걸렸다. 특히 수도 뉴델리에서 확진자가 집중 발생하면서 인근에서 공장을 가동 중인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뉴델리 인근 노이다에서 휴대전화 생산 공장을 가동 중이다. 앞서 지난 3월 말 셧다운에 들어간 이 공장은 지난 5월 7일 재가동을 시작해 차츰 생산량을 끌어올리는 중이었다. 하지만 공장 재가동을 시작한 뒤 6월에도 현지 직원 한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는 등 위기에 놓인 바 있다.
이곳은 세계 최대 규모의 휴대전화 공장으로, 삼성전자가 2018년 7월 7억 달러(약 8300억원)를 투입, 기존 생산라인의 2배 규모로 확대하며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육성하는 곳이다. 연간 최대 1억2000만대의 휴대전화가 생산된다.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인도 남부의 항만도시 첸나이 공장에서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코로나19 관련 별도의 전담조직을 24시간 운영하고, 국가별 보건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다양한 조치에 나서고 있다. 인도법인은 현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다양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인도 당국에 2억 루피(약 31억7000만원)를 지원했고 X-레이, 초음파 검사 장비, 마스크, 보호장구 등 여러 의료 장비도 제공했다. 이외에도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푸드 패키지 등도 전달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연간 약 90만대 생산…우려 커져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인도 첸나이, 안드라프라데시에 생산공장을 운영 중인데, 또다시 셧다운 상황이 발생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들 공장은 지난 3월 말 가동중단에 들어갔다가, 5월 초부터 재가동을 시작했다.
현대차 첸나이 공장은 연간 70만대 생산 규모를 갖추고, 현지 전략 모델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와 '베뉴' 등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생산량은 68만2100대, 현지 인력은 9353명이다.
기아차는 작년 7월 인도 안드라프라데시 아난타푸르에 처음 진출해 연간 17만대 생산규모를 갖추고, 생산량을 끌어올리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기아차의 아난타푸르 공장에서 지난 5월 이후 생산직 임직원과 주재원 등을 포함해 최근까지 누적 2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며 위기감이 짙어지고 있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총 49억원 상당의 의료물품과 구호식량을 인도 중앙정부와 공장이 위치한 타밀나두 주정부에 각각 지원하는 등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힘쓰면서, 현지 상황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인도 노이다, 푸네에 각각 공장을 두고 있다. 노이다 공장에서는 TV·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생활가전을, 푸네 공장에서는 가전과 일부 스마트폰 등이 생산된다. 지난해 기준 LG전자 인도 임직원은 4230여명에 달한다. LG전자는 푸네 공장을 지난 5월 17일부터, 노이다 공장은 5월 21일부터 재가동한 바 있다.
LG전자도 현지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인도의 봉쇄 조치로 저소득층이 심각한 타격을 받은 점을 고려해 100만명 분량의 음식을 기부했고, 노이다 공장 주변 취약 계층 1000명에게도 식료품을 전달했다. 이외에도 전국 곳곳의 병원과 격리시설에도 공기청정기, 정수기, TV 등을 제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노동자들이 단체로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공장 내부에도 사람이 많은 환경이라 감염 위험이 높다"며 "인도 정부의 봉쇄 조치 이후 쪼그라든 생산량을 끌어올리고 있는 중이었는데, 확진자가 늘어나며 셧다운 우려가 다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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