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to the future> 필자 박상철 교수 =이제 120세 시대로 나아가는 지금. 노화(老化) 연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박상철 교수의 ‘100 to the future(백, 투더 퓨처)’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박 교수는 서울대 의과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은 뒤 30년간 서울대 의대 생화학과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노화세포사멸연구센터와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을 역임했고, 현재 전남대 연구석좌교수로 활동 중입니다. 노화 분야 국제학술지 ‘노화의 원리’에서 동양인 최초 편집인을 지냈고 국제 백세인연구단 의장, 국제노화학회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노화 연구 공로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노화이론을 세운 그의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지에 소개됐습니다.
<100 to the future>는 100세까지 보편적으로 사는 미래에 대비하자는 의미로, 영화 '백 투더 퓨처'의 미래 귀환 뉘앙스를 차용한 시리즈 제목입니다. 이제 우리는 100세 시대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앞당겨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필자는 그 길어진 삶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건강하고 풍요로운 내일에 대해 실감나게 짚어나갈 계획입니다. <편집자주>
생물학적 위해는 약육강식으로 대표되는 포식자와 먹이인 피식자 관계로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는 눈에 보이거나 냄새를 맡아 인지할 수 있어 포식자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맡을 수 없는 위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의 공격에 의한 역병은 어쩔 수가 없다. 전연 인지하지 못하는 공격을 받기 때문에 피하거나 방어체계를 갖출 수 없어 공포가 더욱 커지고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수 밖에 없다. 역병의 원인인 병원체가 밝혀지기 전까지 역병은 하늘이 내려준 재앙으로 여겼고 각종 미신이나 마녀사냥과 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역사적으로 자행되어 왔다. 역병의 원인 미생물들이 차례로 발견되면서 이들을 퇴치하고 파급을 차단하고 예방하려는 노력들이 전지구적으로 추구되어 왔다.
생물학적 위해 요인인 병원체들은 생명체이기에 숙주의 체내에 들어가서 증식하고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환경적 위해 요인과 차원이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 박테리아의 경우 단 한 마리만 들어와도 이십 분마다 증식을 하기 때문에 24시간만 지나면 이론상으로는 약 1020 개체수로 늘어날 수 있다. 이들이 숙주는 물론 다른 개체로 이동한다면 그 파급효과는 상상을 넘어선다. 더욱 바이러스의 경우는 숙주의 체내로 들어와서 체강 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생체를 구성하는 세포 내부로 직접 들어가서 증식하기 때문에 세포를 사멸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이들이 원래 숙주에 머무르지 않고 호흡, 땀, 대소변같은 각종 분비물을 통하여 다른 개체로 전달되어 감염을 증폭하기 때문에 역병의 심각도를 높인다. 미생물에 의한 역병을 극복하기 위하여 인류는 원인을 잘 몰랐을 때는 봉쇄와 차단의 물리적 방법을 강구하며 격리정책을 펴왔고, 원인을 알게 되면서는 상하수도를 개선하고 음식물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냉장시스템을 활용하고 식재료를 열처리한다음 섭취하는 위생방안을 개발하여 역병의 파급을 막기 위한 문화적 사회적 제도와 장치를 실행하여왔다.
이러한 사회적 및 인위적 노력에 앞서 생명체가 진화적으로 강구해 온 역병에 대한 대응방안은 생존을 위한 면역시스템이다. 생체 면역시스템은 1차적인 내재적 고유의 보편면역시스템과 2차적인 외부 특정 미생물에 대한 특이적인 획득적 적응면역시스템이 있다. 보편면역체계는 우선 생체를 둘러싸고 있는 피부, 점막, 상피, 내피세포로 구성된 방어막이다. 병원체의 진입자체를 차단하는 것이다. 그리고 생체에서 분비되는 각종 체액인 눈물, 침, 위액, 질분비액 등에 각종 생체방어물질들이 들어있으며 위장관에 있는 장내세균들은 외부 병원체를 제거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혈액 내에는 외부 침입균을 처리하는 각종 식균세포가 있으며 이들의 활성을 지원하는 보체, 사이토카인, 응고인자, 용해인자들이 함께 어우러져 복잡한 방어체계를 이루고 있다. 고유한 내재적 면역체계는 모든 종류의 외부에서 침입해 들어오는 병원체들에 대해서 보편적으로 작동하는 일차적 생체 방어역할을 한다.
다음단계에서 외부에서 침입한 특정 병원체에 대해서 이를 인지하고 기억하여 선택적으로 병원체를 죽여 없애는 항체를 만들어내는 적응면역체계가 있다. 적응면역체계는 기본적으로 T세포와 B 세포로 구성되어 이들간의 긴밀한 협조체제로 거듭되는 병원체의 침입을 특정항체를 만들어 선택적으로 저지하는 생체보호의 중요한 수단이다. 병원체에 대한 항체는 역병을 차단하고 생체를 보호하는 결정적인 방법으로, 특정 역병에 대해서 개체가 재감염되지 않고 생체를 보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절대적인 생명유지수단이다. 실제로 백신을 통하여 예방한다는 것은 유행하는 역병에 대하여 미리 생체 내에 해당하는 항체가 생성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항체는 병원체에 따라, 심지어는 해당병원체의 특정타이프에 따라 극히 특이적이다. 따라서 장티푸스에 대해서는 장티푸스 백신, 콜레라에 대해서는 콜레라 백신, 인푸루엔자에 대해서는 인푸루엔자 백신이 각각 따로따로 개발되어야만 한다. 특히 바이러스는 전염되는 과정에서 생체 세포내에 직접 들어가 증식하면서 돌연변이가 쉽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문제이다. 이러한 변이종에 대해서 기존의 바이러스백신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으며, 변이종마다 별도로 새롭게 백신을 개발하여야 하는 제한점이 있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COVID-19 에 대해서 세계적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어 조만간 백신이 공급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문제는 새로이 발생하는 변이종이 문제이다. 이미 10종 이상의 COVID-19변이종이 보고되고 있어 개발된 백신이 이들 변이종에도 효과가 있을 것인가라는 점은 전연 별개의 문제이다.
생명체가 획득한 생체보호체계는 위해 요인에 따라 차별적으로 진화되어 왔다. 살아가는 과정에서 접하게 되는 환경적인 물리 화학적 위해는 기간적으로 일시적이고 위해 강도도 일정한 한계가 있어 생체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생리적 방어체계를 세포수준에서 구비해왔다. 그러나 생물학적 위해 요인인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등은 숙주인 다른 생명체내에 들어와 체강이나 세포 내에서 분열 증식하고 다른 개체로 전파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해성이 더욱 심각하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 생체는 개체의 총체적 측면에서 면역시스템을 발전하여 대응하여 왔다. 바로 이러한 개체적 토털어프로치를 통하여 면역기능을 수행하여야 하기 때문에 신체적 생리적 퇴행성 변화가 일어난 고령인의 경우 그 생물학적 위해에 대한 대응 능력이 청년들에 비하여 취약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COVID-19 사태로 노인 치사율이 파격적으로 높은 현상을 설명할 수 있으며, 앞으로 다가오는 초고령사회에 새롭게 닥쳐올 또 다른 역병에 대한 대비를 철저하게 하여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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