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융·산업권에 따르면 현산은 지난 9일 금호산업의 대면 협상 제의를 수용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7일 금호산업이 거래 종결을 위해 협상의 자리로 나오길 바란다고 촉구한 것에 대한 회신이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인 산업은행 등은 올해 4월 즈음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소극적으로 돌아선 이후 줄곧 대면 협상을 요청해왔다. 이에 현산은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대면 협상을 진행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대면 협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급기야 지난 6일 "대면 요청에 응하지 않았기에 인수 진정성이 없다고 진단하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라며 금호산업과 산업은행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흘 만에 입장을 정반대로 선회해 대면 협상을 전격 수용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현산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한 차례 대면 협상을 진행한 이후 협상 파트너를 금호산업으로 선회한 상황에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정몽규 현산 회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6월 아시아나항공 관련 대면 협상을 진행한 바 있다. 이미 한 차례 대면 협상을 진행했던 산업은행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새롭게 금호산업과 협상하는 것이 심상치 않다는 시각이다.
때문에 관련 업계에서는 현산이 M&A를 무산시키기로 결심하고 금호산업을 협상 파트너로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M&A 무산을 결사반대할 산업은행보다 이해관계가 일치할 수 있는 금호산업이 편하다는 진단에서다. 실제 금호산업 입장에서는 이번 M&A가 무산된 이후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 관리하로 넘어가거나 국유화되는 '플랜 B'가 차라리 유리할 수 있다.
M&A가 무산된다면 금호산업은 헐값에 넘겨야할 구주 지분에 대한 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맺어진 현산과의 계약(SPC)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구주 지분에 대한 매각 대금으로 3228억원을 받게 될 예정이다. 이는 금호산업이 내심 원하던 8000억원은커녕 당시 시장의 예상치인 5000억원 수준에도 못 미친다.
금호산업 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현산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재실사를 진행해 구주 가격을 이보다 더욱 깎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금호산업은 차라리 M&A를 무산시켜 향후 구주 가치를 재고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이익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인한 후폭풍을 우려해 내심 M&A가 무산되길 원하는 현산과 이해관계가 일치하게 되는 셈이다.
최근 금호산업이 거래종결을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셈법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호산업은 그동안 M&A 성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최대한 입장표명을 자제해 왔으나 최근 공개적으로 현산의 주장에 반박했을 뿐 아니라 아시아나항공 M&A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호산업 입장에서는 어차피 구주 가격이 더 낮아질 수 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M&A를 무산시키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며 "현산이 대면 협상 파트너로 금호산업을 점찍은 것은 이 같은 사정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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