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대형 폭발 후 민심이 폭발하면서 레바논 내각이 10일(현지시간) 총사퇴를 발표했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이날 대국민 TV 연설에서 이 같이 밝히며 "이번 재난의 수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디아브 총리는 "부패한 정치 엘리트들이 내각을 방해했다"면서 "베이루트 폭발은 고질적인 부패의 결과다. 부패 시스템은 이 나라보다 더 크다"고 덧붙였다.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이 새 총리 지명을 위해 의회와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차기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는 디아브 내각이 임시로 업무를 맡는다.
디아브 총리가 이끄는 내각은 지난해 10월 대규모 반정부 시위 후 사드 하리리 전 총리의 사퇴한 뒤 경제와 사회 개혁을 약속하며 올해 1월 출범했다. 이슬람 시아파 정파 헤즈볼라의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폭발 참사라는 대형 악재 앞에 7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블룸버그는 디아브 총리가 원조국이나 국제통화기금(IMF)과 지원 협상을 진전시키지 못하는 등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채 퇴진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레바논은 막대한 국가 부채와 높은 실업률, 물가 상승, 레바논 파운드화 가치 하락 등으로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유엔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레바논에서 2주 안에 빵이 다 바닥날 수 있다"며 국제사회에 시급한 원조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여기에 지난 4일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질산암모늄에 의한 대형 폭발사고는 시민들의 분노에 불을 댕겼다. 이번 폭발 참사로 150여명이 숨지고 6000여명이 다쳤다.
시민들은 8일부터 거리로 쏟아져 나와 개혁과 디아브 정권의 총사퇴를 요구했다. 사흘 동안 격렬한 시위가 이어지면서 경찰과 충돌하며 수백명이 다쳤다.
레바논 지도자들은 성난 민심이 무서워 사고 현장에 나서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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