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중국 인민은행 산하 외환교역센터에 따르면 이날 위안화의 달러 대비 기준환율은 전날 보다 0.0062위안 내린 6.9711위안이다. 이는 6.9614위안을 기록했던 지난 1월 2일과 마찬가지로 6.9위안대를 유지 중인 것이다. 최근 몇 달 사이 미·중 관계가 ‘신냉전’으로 불리고 만큼 크게 악화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환율 움직임을 보이고 있단 의미기도 하다.
5년 전 위안화 기습절하 때 와도 매우 다른 움직임이다. 중국은 지난 2015년 8월 하루 아침에 2%의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한 전력이 있다. 중국은 하루 위안화 환율 변동폭을 상하 2%로 제한하는데, 당시 위안화는 단 하루 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이후 사흘간 위안화 절하폭은 4.5%에 달했다. 이로 인해 대규모 자본 유출이 일어나며 금융시장은 대혼란에 빠졌었다. 이후 중국 정부는 자본 통제로 추가 유출을 막았지만 그 해 여름 기억은 위안화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 악몽으로 자리잡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외환시장은 5년전과 비교해 매우 차분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싱가포르 OCBC윙항은행의 캐리 리 이코노미스트도 “중국의 외환시장 관리가 성공적”이라며 “환율 안정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이고 유입을 이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성공적인 통제와 더불어 달러 약세가 중국 외환보유액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달 이후 달러 인덱스는 4.5%가량 하락했다.
다만 중국의 위안화 안정세는 인민은행의 ‘관리변동환율제’ 때문이고, 이는 중국 당국이 추구하는 위안화 국제화에 방해가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크레딧 아크리콜의 대리우스 코월칙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관리변동환율제는 위안화의 평가절하를 막도록 돕지만 인민은행은 위안화 환율의 유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2005년 7월 달러 페그제를 폐기하고 11개 통화로 구성된 복수 통화를 가중평균해서 환율을 결정하는 ‘복수통화바스켓 관리변동환율제도’를 채택했다. 중국 정부도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서는 변동환율제로의 이행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지만, 안정된 환율을 위한 선택이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도 위안화의 안정세가 계속될지 두고 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이 다가올수록 중국 압박 카드를 내놓을 것이고, 미국의 압박은 위안화에 평가 절하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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