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 연구소가 주최한 화상 형식 세미나를 통해 “대만의 주요 무기 공급국가인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무역협상을 시작하는 게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면서 “우리는 반드시 FTA를 향해 어떻게 나아갈 수 있는지 초점을 맞추고 의견을 나눠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2016년 취임 후 중국 본토와 거리두기에 속도를 냈던 차이 총통은 미국과의 FTA 체결을 틈틈히 모색해 왔다. 지난해 초에는 미국 농무부 산하 해외농업국(FAS) 무역방문단이 사상 처음으로 대만을 방문해 각 업체간 교류를 모색하고 FTA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차이 총통이 직접 나서서 FTA 협상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국 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미국 행정부도 대만과 밀착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차이잉원 총통은 이날 “지난 몇달 동안 대만과 미국은 경제적 연계성과 공급망의 중요성을 보여줬다”며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최첨단 시설을 건설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미국 기업의 대만 투자도 크게 늘었다”고 강조했다.
사실 미국과 대만의 FTA 협상 개시 논의는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됐지만 2007년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이다. 대만은 육질 개선용 사료 첨가제인 락토파민 성분이 잔류된 돼지고기와 소고기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데, 미국 측은 이 제한을 풀길 요구하면서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한 것이다. 이후 2012년 대만 입법부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시민단체와 대만 양돈업계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이후 대만과 미국간 FTA 협상은 미국 정부의 ‘중국 눈치보기’ 탓에 진전이 없었는데, 최근 들어 미·중 관계 악화 속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모습이다.
대만과 미국간 FTA 협상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정치·경제적으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일단 중국의 강한 반발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중국은 이미 미국과 대만의 잦은 교류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대만의 2위 교역국이다. 이미 서비스와 제품 등 에서 연간 945억 달러의 규모의 거래를 하고 있다.
다만 WSJ에 따르면 아직 미국 국가안전보장회(NSC)와 무역대표부(USTR) 등은 아무런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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