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가 카멀라 해리스의 민주당 부통령 후보 지명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해리스가 가혹한 월가 때리기나 실리콘밸리 공룡 해체를 주장하는 급진 좌파가 아니라 합리적인 중도파라는 월가의 인식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물론 해리스를 월가 친화적이라고 부르긴 어렵다. 해리스는 민주당 노선대로 대기업이나 부자들이 막대한 혜택을 누리며 영향력을 키우는 점을 문제 삼아왔다. 또 그는 금융거래세를 새로 부과해 헬스케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찬성하며 연방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올리는 방안도 지지한다.
그럼에도 재계와 금융가 일각에선 해리스의 발탁은 민주당이 코로나19로 무너진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온건한 경제 정책을 추진할 것임을 신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JP모건체이스는 해리스의 경제정책을 “대체적으로 중도적인 시각”이라고 평가했다.
해리스는 실리콘밸리 지원금도 등에 업고 있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데이비드 자폴스키 아마존 총괄변호사, 리드 호프만 링크드인 공동창업자, 존 도어 벤처투자자 등이 해리스에 돈줄을 대는 큰손들이다.
오바마 행정부에 몸 담았던 빌 데일리 웰스파고 홍보 담당자는 "해리스는 진보적인가? 그렇다. 그렇다면 시스템을 태워버리고 싶어할 정도로 급진적인가? 아니다. 그는 시스템을 더 튼튼하게 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해리스가 한층 진보적인 정책을 요구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해리스는 검사 재직 시절 지나치게 가혹한 태도를 보이고 경찰의 인종차별적 과잉 진압을 충분히 문제 삼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일부 민주당 진보 지지층에서 해리스를 '경찰'이라고 비꼬는 배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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