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막한 보험산업]②생보사 새 먹거리인데…규제 막혀 힘 못쓰는 헬스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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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기자
입력 2020-08-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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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활성화 땐 보험금 청구 줄고 고객늘어

  • 해외 적극 활용…국내는 걸음마 수준

  • 산업용 보건ㆍ의료 빅데이터 개방 시급

[사진=케티이미지뱅크]


저금리, 저성장, 고령화 상황에서 우리나라 생명보험업은 성장동력을 상실했다. 국내 생명보험사들은 수입보험료가 4년 연속 역성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국내 보험산업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로 이제는 새로운 신성장 동력 발굴이 필요한 시점이다. 생보사들은 신성장 동력으로 헬스케어 서비스를 꼽는다. 실제 우리나라보다 먼저 헬스케어 서비스를 시작한 해외 보험사 사례를 보면 구체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헬스케어 서비스는 규제에 막혀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헬스케어 서비스에서 보험사가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지만 보험사에 규제의 벽은 유독 높다. 보험업계에서는 헬스케어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규제 완화로 '공공 의료데이터' 오픈을 꼽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보건의료 정보 개방과 활용 확대를 통해 의료성과를 높이고, 건강한 보건·의료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2013년 의료데이터 개방을 시작하고, 2014년 보건의료 빅데이터센터 운영을 본격화했다.

보험사도 지난 2014년 이후 3년간 심평원의 비식별 처리 환자데이터를 기반으로 위험률을 산출해 다양한 상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2017년 국정감사에서 영리 목적의 보건·의료 데이터 판매가 지적돼 보험사 대상 보건·의료 빅데이터 제공이 전면 중단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보험사의 공공 의료데이터 접근을 허용해줄 것을 건의했다. 규제 완화의 키를 쥐고 있는 보건복지부는 다음 달 ‘의료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보건·의료정보의 산업적·상업적 활용에 대한 세부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보험업계는 이번에 마련되는 복지부 가이드라인과 건강보험공단·심평원의 내부규정 개정 시 보험사가 '공공 의료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명문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험사는 '공공 의료데이터'가 개방되면 보험소비자의 편익이 증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공공 의료데이터'를 활용해 고혈압, 당뇨 등 유병자의 관련 질환 발생 위험도를 계산해 이들을 위한 맞춤형 상품을 출시하는 것이다.

아울러 금융위원회의 보험사 건강관리 서비스 부수 업무의 확대 필요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7월 보험사에 대한 부수 업무 허용 이후 보험사의 헬스케어서비스는 기존 계약자만을 대상으로 제공되고 있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는 서비스 효율과 채산성 향상, 양질의 서비스 고도화 추진 등 추가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부수 업무 허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외 사례를 보면 이런 보험사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는다. 헬스케어 서비스가 가장 활발한 미국 휴매나 그룹의 경우 헬스케어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고객은 청구보험금이 월평균 116달러 낮아졌다. 유나이티드 헬스케어는 헬스케어 전문 자회사의 사업 확대로 당기순이익이 9.3% 증가했다.

AIA생명은 건강증진형 솔루션 바이탈리티 도입으로 뉴질랜드와 말레이시아 지역에서 고객 수가 20% 이상 증가했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보험사인 디스커버리는 바이탈리티 프로그램과 애플워치 프로모션을 함께 제공한 결과 고객의 월간 활동량이 약 34% 증가했다.

헬스케어 서비스는 생보사의 이익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 가속화와 만성 질병 보유자 수 증가로 인한 의료비 지출 부담이 늘어나고 있으며 각국 정부도 이에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헬스케어 서비스는 사전적 질병 예방을 가능하게 해 국민과 국가의 과도한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의 디지털 뉴딜정책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헬스케어 서비스의 디지털 기술 요소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맞춤형 의료서비스 제공 △웨어러블 및 IoT(사물인터넷)를 활용한 의료데이터 수집 △의료기관과 보험사의 블록체인 기반 네트워크 형성 등 무궁무진하다.

생보사 관계자는 "보험사의 헬스케어 서비스 확장 과정에서 보건·의료·제약·IT 등 다양한 분야와 접목이 가능해 정부의 디지털 뉴딜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헬스케어 서비스 본격화를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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