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의 주범으로 한방 진료를 지목하고 있다. 부실한 제도로 인해 경미한 교통사고도 과잉진료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과잉진료는 손해율 악화로 이어지고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높아지게 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손보업계는 건강보험 수가에 준하는 수가 선정 절차와 기구를 신설해 자동차보험 누수와 선량한 가입자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 168% 증가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작년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1.4%로 2018년(85.9%) 대비 5.5%포인트 상승했다. 적정손해율이 78~80%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자동차보험 손해율 증가에 따른 손해보험사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반면, 지난 2016년부터 작년까지 전체 의료기관에서 한방의료기관 비중은 15% 중반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의료기관 비중이 그대로인데 한방에서 자동차보험 진료비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은 정상적인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한방 진료비가 폭증한 것은 경상 환자 진료비 증가가 주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보험 경상 환자(상해급수 12∼14급) 중 다수를 차지하는 뇌진탕과 경추염좌, 요추염좌 환자를 기준으로 추출한 경상 환자 진료비는 2015년 6499억원에서 지난해 1조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환자 1인당 하루 진료비도 한방 병·의원이 훨씬 컸다. 지난해 병·의원의 교통사고 환자 1인당 하루 진료비는 평균 7만143원이고, 이 중 경상 환자는 5만6615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한방 병·의원 환자 1인당 하루 진료비는 평균 9만7660원으로 39% 더 많았고, 경상 환자의 경우 한방 병·의원은 평균 10만246원으로 병·의원의 2배에 육박했다.
이는 한방 병·의원에 입원한 경상 환자에 나가는 보험금이 일반 병·의원보다 2배 더 많다는 뜻이다. 또 한방 병·의원은 중상자 등 전체 환자와 경상 환자 사이에 하루 진료비가 비슷하게 나타났다.
◆자동차보험수가 기준 미흡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은 자동차보험 수가 기준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은 배상책임보험으로 급여와 급여 진료비를 모두 보상한다. 특히 비급여의 경우 건강보험은 환자가 전부 부담하는 반면 자동차보험은 국토교통부가 자동차보험 수가 기준에서 별도로 정한 수가에 따라 보험사가 전부 보상해준다.
하지만 진료수가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국토부에서 자동차보험수가 기준을 결정하다 보니 건강보험수가보다 기준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로인해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비급여 항목이 많은 한방에서 이를 악용해 비급여 항목 위주의 진료가 성행하고 있다.
한방 의료기관과 환자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다. 자동차보험 환자는 본인부담금이 없으므로 한의사의 과잉진료에 대해 거부감이 없고, 한방 의료기관은 이를 이용해 수익 극대화를 위해 과잉치료를 권고하는 것이다. 결국 환자와 한방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견제할 제도가 미비해 한방 평균진료비가 지속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손보 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 심의 절차와 심의기구를 신설해 자동차보험 수가 기준에 대한 근본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강보험은 전문성이 있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요양 급여의 수가, 인정기준, 적용 범위 등을 결정하지만 국토부에서 정하는 자동차보험은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수은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박사는 "같은 경상자라는 가정 하에, 건강보험 대비 자동차보험의 한방 진료 가격이 높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이는 명료한 수가 기준 절차 부재로 비급여(한방진료) 과잉진료가 존재하는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보험은 자기부담금에 대한 부담이 없고 최근 증가하는 대형 한방병원의 홍보도 한방 선호도를 높여 높은 의료 이용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이런 경상 환자에 대한 명료한 기준과 합리적 진료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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