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속철 굴기(堀起, 우뚝 섦)’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중국 철도당국이 새로운 철도·고속철 건설 청사진을 공개하면서다.
14일 중국경제망 등에 따르면 중국 국영 철도 건설사인 중국철도그룹은 전날 ‘신시대 교통강국 철로건설 계획강령’이라는 이름의 철도 건설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중국이 기존 계획한 철도 건설 목표치가 대폭 확대되고, 2025년이었던 목표 시한도 10년 더 연장됐다.
구체적으로 2035년까지 철도 전체 거리를 20만㎞까지 늘리고, 고속철 전체 구간 거리를 7만 ㎞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는 향후 15년 내 인구 20만명 이상의 모든 도시가 철도로 연결되고, 인구 50만명 이상의 모든 도시는 고속철로 연결되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2008년 베이징~톈진 구간 고속철을 처음 개통한 이후 철도거리와 더불어 고속철 구간을 급격히 확장하는 등의 ‘고속철 굴기’를 전개해 왔다. 7월 말 기준 중국의 철도 거리는 14㎞에 달하고, 고속철 구간은 약 3만6000㎞에 달한다. 2025년까지 고속철 전체 구간거리를 3만8000㎞까지 늘린다는 목표 달성을 일찌감치 목전에 둔 셈이다.
그만큼 중국은 철도 건설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중국의 고정자산 투자는 전년동기 대비 3.1% 감소했지만, 철도 건설 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3258억 위안(약 55조65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중국이 철도 건설에 열을 올리는 인프라 투자로 국내경제 성장을 이어 가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래리 후 맥쿼리증권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고속철 건설 청사진은 인프라 투자로 경제 성장을 지속하려는 중국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며 “중국 경제성장은 전통적으로 수출·부동산·인프라 투자라는 3대 기둥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수출 의존도가 낮아졌고, 부동산 투기가 억제되고 있기 때문에 인프라 투자가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마지막 기둥이 됐다”고 진단했다.
철도 건설 확대가 미국과의 경쟁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있다. 중국의 고속철 굴기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최대 역점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핵심 상품이기도 하다. 게다가 2035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회주의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실현하겠다고 제시한 목표 시한이기도 하다.
SCMP는 이번 철도 건설 계획을 “중국이 미국과의 장기적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 경제를 발전시키려고 애쓰는 가운데 내놓은 야심 찬 청사진”이라고 해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