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관측 이래 역대 최장 장마에 빙과업계가 울상이다. 이른 더위와 역대급 폭염이 예고되면서 내심 매출 상승 기대를 걸었지만 54일간이나 지속된 비로 한숨짓고 있다. 빙과업계 극성수기인 7~8월 장사를 망쳤다는 암울한 평가마저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점유율 1위인 롯데제과의 지난달 아이스크림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가량 줄었다. 2위인 빙그레의 7월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줄었다. 특히 아이스크림이 잘 팔린 지난 2018년 7월과 비교하면 감소 폭이 10%에 달했다.
롯데푸드의 7월 빙과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 정도 줄었고, 해태 아이스크림은 약 7% 감소했다.
날씨가 덥지 않아 부진한 성적을 냈던 지난해보다 안 좋은 성적을 낸 셈이다. 현재까지 7월 실적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8월 매출이 집계되면 실적 악화는 더 심화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 장사가 워낙 안 된 상황에서 올해 무더위가 찾아올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지만 긴 장마가 와 버려 힘이 빠진 상황”이라며 한숨지었다.
실제 6월 초·중순경에는 폭염주의보가 발령되는 등 전국적으로 이른 더위가 찾아오면서 빙과업계에서는 매출 신장을 기대하고 있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올여름이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무더운 여름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며 이런 기대감을 더 부풀렸다.
하지만 지난 6월 24일부터 8월 16일까지 역대급 긴 장마가 지속됐다. 약 2주간 무더위가 지속된다고 가정해도 매출 반등을 꾀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른 관계자는 “이미 아이스크림 판매 대목이 지나갔다고 보는 게 맞다”며 “8월부터 무더위가 계속된다고 해도 사람들이 안 먹었던 아이스크림을 몰아서 사 먹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채널을 통한 판매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온라인 판매가 실적 악화의 일정 부분을 막아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실제 빙그레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늘어난 집콕족의 수혜를 봤다. 빙그레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332억원으로 전년(268억원) 대비 23.8% 늘었다. 매출 역시 4621억원으로 8.2% 성장했다. 상반기 실적은 아이스크림이 주도했다. 상반기 아이스크림 매출은 194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764억원)보다 10% 늘었다.
빙그레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고 6월까지는 이른 더위가 이어져 아이스크림 매출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