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28주년 좌담회]③韓뉴딜 정책과 中신인프라…'포스트 코로나' 협력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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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최예지 기자
입력 2020-08-2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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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뉴딜보단 그린뉴딜 방면에서 상호협력 공간 더 넓어

  • 中시장서 살아남기 위해선 '파괴적 혁신'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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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중 양국은 앞으로 어떤 방면에서 주로 협력을 도모할 수 있을까.

린샤오리 교수=첫째는 도시·농촌 거버넌스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인천 송도의 인프라는 이미 국제화 수준이다. 또 도시와 농촌 생활 수준 격차가 그다지 크지 않은 점도 중국이 한국을 배워야 한다. 또 환경보호 등 방면에서도 협력할 수 있다. 원격수업, 온라인 교육도 협력한다면 좋을 것 같다.

박승찬 교수=양국이 어느 방면에서 협력을 해야하는지 생각하기에 앞서 과거 한·중간 협력을 돌아봐야 한다. 크게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1단계는 한·중 양국이 수교한 1992년부터 2000년까지다. 양국은 산업간 분업을 해왔다. 우리는 공산품을 수출했고, 중국은 농산품을 수출했다. 서로 부딪칠 일이 없었다. 2단계는 산업 내 분업이 이뤄진 2001년부터 2010년까지다. 3단계는 2011년부터 현재까지로, ‘품목 내 분업+경쟁’이다. 양국이 같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수평적 분업과 경쟁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경제 프레임이 변화하고 있다. 이에 맞춰 준비를 해야 한다. 중국의 트렌드를 이해하지 못하면 과감히 협력을 접어야 한다.

이희옥 교수=코로나19 사태가 계속 이어지면서 비대면이 뉴노멀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국제수입박람회 현장에 직접 가서 만지고 보는 대면 방식이 줄어들면서 비즈니스 거래 방식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신뢰 문제가 대두될 것이다.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줄 수 있는 메커니즘을 양국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또 최근 들어 환경, 재난, 질병 등 비전통적 안보 방면에서 협력 중요성이 커졌다. 한·중 양국간 건강·방역 공동체 등 비전통적인 안보 방면의 협력이 강화돼야 한다. 이밖에 북한 문제 관련해서도 협력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북한은 외부로부터 원자재 수입이 중단되면서 생기는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북한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양국 간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사진 왼쪽부터)박승찬 용인대 교수(중국경영연구소 소장),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성균중국연구소 소장). [사진=소천상 아주일보 기자]

Q. 최근 한국 뉴딜정책, 중국 신인프라 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양국 각계 협력 방안은.

황페이 교수=중국이 추진 중인 신 인프라 정책과 한국의 뉴딜 정책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진하는 경제모델 자체가 환경 보호 속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중국이 빠르게 디지털 전환하면서 IT 강국인 한국의 발전 모델을 유심히 보고 있다. 이러한 방면에서 한·중 양국은 정부, 기업, 비즈니스 간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박승찬 교수=뉴딜은 당장 경기를 부양시키는 것도 있지만 미래 신성장 동력 산업, 먹거리가 무엇인가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양국의 뉴딜정책을 자세히 살펴보면 상당 부분이 겹친다. 특히 디지털 뉴딜의 경우, 중국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경쟁보다는 5G, 고속철도, 빅데이터분야에서 상호보완과 협력 방식을 통해 상호 접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부딪치는 게 많아 제한적인 부분이 많다. 디지털 뉴딜보다는 그린 뉴딜이 앞으로 상호 협력에 있어서 공간이 넓고 유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린에너지와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충분히 가능하다. 중국과 한국이 공동 표준을 세워 단순히 양국간의 표준이 아닌 제3국, 글로벌로 함께 나가는 작업들이 진행되어야 한다.

이희옥 교수=어느 국가든 위기가 찾아오면 양적 완화를 해야 한다. 양적완화는 불확실성 속에서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뉴딜정책의 핵심이다. 뉴딜 정책은 양적완화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미래혁신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선제 투자를 하는 속성이 강하기 때문에 협력 공간이 있다. 양국간 뉴딜 정책의 핵심은 산업·기술 분야에서 협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테스트베드(실험장)가 필요하다. 이는 도시에 마련될 수 있다. 5G, 양자컴퓨터, AI 등 최첨단 기술들을 결합하게 되면 이를 실험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가 중요하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 스마트시티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양국간 큰 틀에서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Q. 내년은 중국 14차 5개년 계획의 시작이다. 중국이 내수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인데, 한국 기업에게 어떤 기회가 있을까.

박승찬 교수=앞으론 기술전쟁이 아니고 혁신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파괴적 혁신, 누구도 따라하기 힘든 혁신, 이를 통해서 모든 게 바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혁신에 포인트를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기업은 혁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희옥 교수=14차 5개년 계획의 방향은 미래 산업, 혁신산업 중심으로 비대면식의 중국 경제를 운영하는 방침으로 세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중국에서 ‘국내 대순환’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과거 개혁·개방 초기 해외진출하기 위해서는 외국 자본을 유치하는, 이른바 ‘국제 대순환’을 실시한 것과 비교된다. 국내 대순환은 내수 시장을 성장시켜서 미래를 발전시키는 게 골자다. 최종 소비재 시장으로서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미·중 무역 갈등에도 테슬라,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이 철수하지 않고 중국에 남아있다. 결국 우리가 중국의 내수시장에 진입하고, 거기서 살아남기 위해선 초격차를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초격차는 혁신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다. 

황페이 교수=현재 중국엔 발전 불균형 현상이 심각하다. 도농 간 발전 격차가 뚜렷하다. 2, 3선 도시도 낙후된 곳이 많다. 낙후된 지역이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특히 2·3선, 4·5선 도시 사람들은 자신의 소비 수준을 높이고자 한다. 한국 기업들이 이들의 수요를 만족시킨다면 장기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왼쪽부터)린샤오리 다롄외국어대 한국어학과 교수, 황페이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사진=소천상 아주일보 기자]

Q.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중 관계 전망은?

이희옥 교수=과거 여러 가지 한·중간 갈등 요인은 성장통이라 볼 수 있다. 성장통이 없었다면 건강한 한·중 관계는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보면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생각하면서 포용적이고 개방적인 자세로 양자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 오는 2022년은 한·중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다. 2022년에는 한·중 양국 모두 정치적 변화가 있다. 이를 계기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 방한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더 성숙시키고, 그것이 한·중 수교 30주년을 구축하는 좋은 플랫폼이 되기를 바란다.

린샤오리 교수=한·중 관계를 잘 아는 전문가들은 상대국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지만 중국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 청년들이 많다. 언론에서 이들이 중국을 더 잘 이해하고 좋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중 관계는 반드시 우호적으로 발전해야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박승찬 교수=한·중 양국이 수교한 지 28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상대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자기의 기준에서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하기 때문에 시선이 굴절되는 것이다.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중 관계를 물리적 대결로만 보면 안된다. 화합적인 융합을 통해서 윈윈해야 한다. 그것이 경제적이든 정치적이든 고민하고, 같이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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