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질(質)이다. 강남보다는 강북, 수도권보다는 지방의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세입자 주거가 갈수록 불안정해지고 있다.
2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2% 올라 60주 연속 상승했다. 지난주(0.14%)보다는 상승폭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0.10% 넘는 상승폭을 유지하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도 0.17% 올라 54주 연속 상승했다. 지방은 0.16% 올랐고, 세종은 1.39% 급등해 전국 평균의 8배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이 때문에 세입자들의 부담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의 전세수급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전국의 전세수급지수는 180.8로 직전 주(177.5)에 이어 올 들어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전국 전세수급지수가 180을 넘은 것은 전세대란이 있었던 2015년 10월 셋째주(182.5) 이후 처음이다.
전세수급지수가 100보다 클수록 전세를 구하는 사람이 전세를 놓는 사람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의 전세난은 강남보다 서민층이 많은 강북 지역이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북 전세수급지수는 188로 강남(186)보다 높았다.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86.9였다.
지역별로 보면 대구(188.7)와 광주(193.1), 대전(188.4)도 높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광주는 한 주 만에 지수가 20 가까이 급등(175.9→193.1)했다. 2013년 11월 첫째 주(194.9)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부산(168.1), 인천(171.5), 울산(174.1) 등은 다른 광역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지수가 낮지만 170을 웃돌아 전세 공급 부족 상황이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여름휴가와 방학 등 계절적 비수기가 끝나고 본격 이사 시즌에 접어들면 전세난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별다른 부동산 관련 이슈가 없던 시기에도 봄 이사철과 가을 이사철에는 전세수급지수가 빠른 속도로 올라간 바 있다.
일각에서는 5년 전 전세대란 때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13~2015년 당시에는 집값이 보합 또는 하락하는 상황에서 전세 수요가 급증하며 대란으로 이어진 바 있다.
반면, 올해는 정부의 압박 속에서도 강남 등 인기지역 아파트의 매매가격 신고가 행진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코로나19의 전국적인 재확산 조짐도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이번 주는 장마 등 영향으로 거래가 주춤하면서 전셋값 상승폭이 다소 줄었다"면서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는 호가가 많이 올랐는데, 당분간 신규 계약에서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