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도시] 초고층 빌딩의 두 얼굴…'마천루'가 상권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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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박기람 기자
입력 2020-08-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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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거지역 인근에 위치한 롯데월드타워는 상권 활성화 이바지

  • IFC몰은 주변 상권 흡수…파크원 준공시 인근 상권 또 '휘청'

잠실 롯데월드타워 인근 아파트와 상가[사진=롯데물산 제공]


하늘에 닿을 듯한 '마천루'가 들어서면 그 일대 상권은 전에 없던 변화를 겪게 된다.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아 국내외 관광인구를 흡수하는 것은 물론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주변 아파트 가격까지 들썩이면서 '윈윈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초고층 건물의 등장이 꼭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지역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거나 공실률이 높아지면 인근 상권이 함께 매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똑같은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있더라도 주거지역과 오피스지역 등 지역 특성에 따라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잠실 '송리단길' 주요 가게[사진=아주경제 DB]


◇ 잠실, '송리단길' 만나 시너지 '톡톡'

잠실역은 롯데월드타워가 문을 열기 전에도 송파구, 강동구, 하남시 등과 연결되는 중요한 교통요지였다. 역 주변으로 서울 시내는 물론 경기 남양주시와 하남시, 광주시, 안양시 등으로 연결되는 다양한 버스노선이 지나 유동인구가 많았다.

높이 555m, 지상 123층에 달하는 우리나라 최고층 건물인 롯데월드타워가 들어서면서 최근 5년 사이 유동인구가 더 늘었다. 롯데월드타워의 일평균 이용객은 13만여명, 누적방문객 수는 2억2500만명에 달한다.

실제로 롯데월드타워 주변부 건물인 롯데월드몰이 개장한 2014년만 하더라도 잠실역의 일 평균 승하차 인원이 17만여명에 그쳤다. 롯데월드타워가 문을 열면서 최근에는 20만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긍정적인 점은 이 인파의 발길이 롯데월드타워에만 머물지 않고 주변부로 확장됐다는 데 있다.

타지역에서 온 젊은층과 외국인들은 롯데월드몰 맞은편의 석촌호수길을 따라 조성된 '송리단길'로 향한다. 방이동 먹자골목이 전통 상권이라면 송리단길은 신흥 상권으로 뜨는 곳이다.

송리단길은 2016년만 해도 다세대주택과 사무실 등이 있는 평펌한 주거지역으로, 크게 주목받는 상권은 아니었다. 그러나 롯데월드타워 개장으로 주변 유동인구가 늘자 조용한 주택가에 개성 있는 콘셉트를 갖춘 카페·레스토랑들이 석촌호수 동호부터 송파나루역까지 452m 거리에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석촌호수에서 불꽃축제와 벚꽃축제가 열리는 날에는 인근 레스토랑, 커피숍 등의 매출이 10~20% 이상씩 늘었다. 인기 식당에서는 줄을 서서 입장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과거 이 일대의 주고객층은 50대 이상 중장년층이었지만, 최근 젊은층 비중이 크게 늘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연령대별로는 25세~34세 여성이 13.1%로 가장 많았다.

잠실역세권 상가도 수익률이 상승하며 후광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롯데월드타워 개장 후 잠실 일대 집합매장용 투자수익률은 7.73%에서 9.88%로 1년 사이 2.15%포인트 상승했다.

롯데월드타워가 주변 상권까지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데는 잠실역 인근이 우리나라의 대표 주거지역이라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잠실 롯데월드타워 반경 500m에는 요일과 관계 없이 매일 30만~40만명의 사람들이 오간다. 오피스 상권은 주말이 되면 '유령도시'가 되는 반면 잠실은 평일엔 인근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과 거주민으로, 주말엔 쇼핑객과 관광객으로 붐비며 경쟁력을 갖춘 것이다.
 

여의도 파크원, IFC서울 건물 전경[사진=포스코건설, IFC서울 홈페이지]


◇ 상업지역선 유입인구 빨아들이는 '블랙홀'

'대한민국 금융 1번지' 여의도에서는 상업지구에 고층 빌딩이 미치는 영향을 가장 명확하게 볼 수 있는 곳이다. 2012년 준공한 국제금융센터(IFC)몰은 블랙홀처럼 유동인구를 흡수해 도리어 상권에 악영향을 끼쳤다.

여의도 중심부에 조성된 이 초고층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면서 여의도 상권에는 문제가 감지됐다. 상권 안정성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인 공실률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회사 존스랑라살(JLL)코리아에 따르면 2013년 3분기 당시 여의도 공실률은 30%에 육박했다.

2011년 1분기부터 2012년 2분기까지 0~7%대에 머물렀던 공실률은 2012년 3분기부터 20%대로 치솟더니 2013년 3분기에 최고치를 찍었다. JLL 측은 초고층 빌딩인 IFC몰이 들어서면서 상권에 타격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초고층 빌딩이 조성되면 이 상업시설을 방문하기 위한 유동인구가 증가하고 주변 상권이 몰리게 된다"며 "이 경우 겉으로는 분위기가 좋아진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주변 상권 매출에 큰 영향이 없다"고 풀이했다.

해당 건물에 갖춰지지 않은 업종이 있거나 특색 있는 상권이 복합몰 인근 상권에 있으면 그나마 특수를 누릴 수 있지만, 일반 상업지구에서는 손님을 뺏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IFC몰이 준공 8년차를 넘어서면서 상권 흐름은 점차 안정기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올해 2분기 여의도 공실률은 6.7%로, 1분기보다 1.2%포인트 감소했다. 2012년 2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여의도역의 일평균 승하차 인원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IFC몰이 개장한 2012년까지만 해도 11만명 수준이었지만,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19년에는 14만명을 웃돌았다.

그러나 최근 여의도에 새로운 마천루 등장이 예고되면서 인근 상권에서는 또다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음달 준공을 앞둔 파크원은 여의도 최고 높이이자 국내에서 세 번째로 높은 건축물이 될 예정이다. 옛 여의도 통일 주차장 부지에 조성되며, 현재 여의도 랜드마크 시설인 IFC의 약 1.3배, 여의도 63빌딩의 약 4배 규모에 달한다.

파크원이 위치한 동여의도는 상업지구가 아닌 주거단지이긴 하지만, 50년 이상 된 구축 아파트 단지들이 모여있어 사실상 상권이 침체된 지역이다.

한정림 JLL 이사는 "파크원에 사무실 입주가 시작되면 3분기 말에는 여의도 A급 오피스 상가 건물의 공실률이 21.9%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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