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울렸다’, 글로벌 수소경제 스타트... K-수소는(?) '거북이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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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김지윤 기자
입력 2020-08-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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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 1.
- 충전가능, 충전불가, 일시정비, 긴급공지 등등. 회원 1만6000명이 넘는 국내 최초 수소전기차 ‘넥쏘’ 인터넷 동호회에 가장 빈번히 올라오는 글이다. 넥쏘를 충전할 수 있는 수소충전소 운영 현황으로 하루하루 8000명 가까운 국내 넥쏘 운전자들의 희비를 가른다.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에 앞장서는 이들의 가장 큰 소망은 수소충전소의 숫자 확대다.

# 장면 2.
- “2018년 86곳, 올해 81곳 등 이미 160여곳 수소충전소가 구축됐어야 하는데 현재 42곳밖에 안 된다. 정부는 최소한 계획했던 숫자에 맞춰야 한다.” 지난 12일 경기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K뉴딜위원회 주최 미래차 간담회에서 관련 업계의 공감을 가장 많이 받은 말이다. 다름 아닌 한정애 민주당 국회의원이 일갈의 주인공이다.

# 장면 3.
- 지난 6월 각국의 수소경제 관계자들은 독일에 주목했다. 당시 독일은 코로나19 경제활성화와 접목한 약 90억 유로(약 12조6000억원) 규모의 ‘국가수소전략’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 국가 중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수소경제 정책을 펼치고 있는 독일이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주변국도 변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와 코로나19 등으로 수소경제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면서 이처럼 개인의 일상은 물론 국가 정책까지 수소경제가 바꾸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부와 민간이 미래 먹거리로 수소경제를 꼽고 활성화에 나서고 있으나 아직 다른 선진국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가 당초 약속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원에 그치면서 민간의 의지마저 꺾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전주 시내에서 운행되는 국내 첫 수소 전기 시내버스. [연합뉴스]   

◆가장 중요하다는 인프라, 업계 “문 대통령 약속에 기대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게 수소전기차 충전소다. 23일 환경부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수소전기차 충전소는 현재 전국에 42개가 운영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여의도, 양재, 상암, 강동 등 4곳밖에 없다. 경기까지 범위를 넓혀도 하남, 여주, 안성 정도다.

지난달 기준 서울 1112대, 부산 778대, 울산 1576대, 경기 1134대 등 총 8298대의 수소전기차가 등록된 것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이마저도 고장과 개보수 등으로 미리 확인하지 않고 현장에 가면 충전도 못하고 되돌아와야 하는 일이 다반사다.

지난해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며 달라질 것을 기대했던 업계와 이용자들의 실망이 큰 이유다. 당시 문 대통령은 “수소경제가 태동한 지금 세계 시장을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가 시장 창출의 마중물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 정부는 지난해 14곳에 불과한 수소충전소를 향후 1200곳까지 늘리겠다며, 그 첫 과제이자 목표로 올해까지 누적 160곳의 충전소 설립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수소충전소 수는 그 4분의1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수소경제 경쟁국인 일본(112곳), 독일(84곳), 미국(70곳)과 비교해도 크게 못 미친다(지난해 말 기준).

수소전기차의 보급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이를 바탕으로 수소경제 생태계가 조성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일례로 공공부문이 보유하고 있는 수소전기차를 들 수 있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부문에서 구매한 수소차는 93대가 전부다.

대중교통 수단을 활용한 보급도 더디다. 지난해 수소버스 보급은 15대에 불과하다. 올해까지 누적 80대를 보급한다고 하지만, 충전 인프라 등이 부족한 상황에서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수소 생산과 저장·운송, 충전 분야 기술과 산업 생태계도 미약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소충전소 핵심부품의 국산화율은 40%에 그친다. 수소생산기술도 선진국에 크게 못 미치는 60~70% 수준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7월 충남 서산 대산읍 대산그린에너지에서 열린 대산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준공식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소전기차 보급 지원도 미진··· “균형 잡힌 성장전략 필요”

현대자동차 등 민간기업이 기술 개발과 수출 등을 통해 글로벌 수소전기차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것과 비교해 국내 기반이 미약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와 달리 현대차 등 민간은 글로벌 수소전기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현대차 넥쏘의 경우 지난달 글로벌 누적 판매 1만대(내수 8233대, 수출 1784대)를 돌파했다. 2018년 3월 출시 이후 2년 4개월 만에 기록한 성과다. 이는 2014년 출시돼 4년 만인 지난해 누적 판매 1만대를 넘어선 일본 도요타의 수소전기차 ‘미라이’보다 빠른 성과다.

또 현대차는 지난달 수소전기 대형트럭 '엑시언트' 10대를 스위스에 수출하기도 했다. 수소전기 대형트럭 양산체제를 구축한 것은 현대차가 세계 최초다. 협회 차원에서의 수소경제 지원도 활발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수소산업협회 등은 지난달 국내에서 수소모빌리티 산업 관련 신기술을 소개하는 '수소모빌리티+쇼'를 열고 국내 수소산업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수소경제를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EU, 일본 등 다른 경쟁국 정부처럼 보다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선 친환경 정책에서 한 발 앞서 있는 EU의 경우 3단계에 걸친 ‘큰 그림’을 그려놓고 개별 국가가 움직이고 있다. EU는 2024년까지 지역 내 6GW 이상 규모의 수전해장치를 설치 지원하고, 100만t의 재생수소 생산을 이뤄낸다는 방침이다. 2030년까지는 40GW 이상의 수전해장치 및 1000만t의 재생수소 생산으로 수준을 높인다. 2050년까지는 탈탄소화가 어려운 모든 분야에서 광범위한 재생수소를 사용할 예정이다.

수소경제에서 EU를 선도하고 있는 독일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해소와 친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최근 구체적인 투자 방안도 발표했다. 독일 정부는 기존 수소산업 지원 정책 외에 국가수소전략을 위해서만 약 90억 유로 규모에 해당하는 예산을 지원한다. 수소기술 사업화를 위해 70억 유로, 국제협력 촉진을 위해 20억 유로의 예산을 배정했다. 이를 통해 수소경제 내수시장을 조성한 후 자국 기업의 해외 진출 기회를 모색한다. 정부와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국가수소위원회도 이를 지원한다.

일찌감치 수소경제 활성화에 뛰어든 일본은 가격 경쟁력에 중점을 둔 목표를 수립하고 있다. 먼저 2025년까지 수전해장치 세계 최고 가격경쟁력을 확보(5만엔/KW)하고 2020년 수소전기 발전효율도 27%를 이뤄낸다는 계획이다. 2030년에는 수소가격을 30엔/Nm³, 수소발전 상용화 비용을 17엔/kWh까지 낮추고 이후 최종단계에서는 이를 각각 20엔/Nm³, 12엔/kWh로 더욱 끌어내려 기존 에너지원과 동등한 수준의 가격경쟁력을 실현할 예정이다. 수소를 생산해 저장·운송하는 서플라이체인 도입 등을 통해서다.

미국은 인프라의 구축과 수소전기차의 빠른 보급 등에 힘쓰고 있다.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120만대, 충전소 5800개가 운영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향후 미국 선거에서 당선이 유력시되고 있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도 수소경제 생태계를 포함한 청정에너지 부문에 취임 후 4년간 2조 달러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안성배 대외경제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주요국 수소전략의 추진 방향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수소경제 생태계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수소의 생산·유통·활용 측면에 균형 잡힌 성장전략이 요구된다”며 “주요국의 그린뉴딜 관련 정책 동향을 파악해 수소경제 관련 수출전략을 고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우리나라도 단기적으로는 충전소 운영비 지원 등 수소충전 인프라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저장기술, 수전해 기술, 해외 수소생산기지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18일 호주 정부 소속의 종합 연구기관인 호주연방 과학산업 연구기구(CSIRO), 세계 4위의 호주 철광석 생산업체 포테스큐(FMG)와 혁신적 수소 생산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온라인 화상회의로 진행된 '현대자동차, CSIRO, 포테스큐의 MOU 체결식'에서 참석자들이 서명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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