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유동성 장세로 출렁인다고 한다. 실물 경기는 안 좋은데 돈이 많이 풀려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인구 1인당 우리 돈으로 평균 2억원가량이 팬데믹 이후 풀렸다는 외신 보도도 있다. 하지만 주변을 보면 이 같은 말이 전혀 실감나지 않는다. 수억원의 돈뭉치들이 쉽사리 왔다갔다 해야 하는데, 은행창구에 가보면 대출은 오히려 팬데믹 이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담보든 신용이든 끌어쓸 수 있는 건 다 끌어쓴다는 시대인데, 주변에서 뭉칫돈을 본 적이 없다. 그 많다는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미국 중앙은행이 실제 푼 돈은 발표한 계획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그마저 아직은 금융기관들의 금고에 대부분이 있다. 자산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건 유동성의 힘이라기보다는 그것을 믿는 환상의 역할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문제는 대중이 이 같은 현실을 자각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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