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은 권위에 굴복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의 예술을 갈고 닦으며 발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어떤 시련이 와도 음악이라는 통로와 출구로 극복한 사람이다.”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김선욱(32)이 탄생 250주년을 맞아 위대한 음악가의 특별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선욱은 오는 9월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후기 피아노 소나타 리사이틀’을 공연한다. 당초 지난 3월 6일에 같은 장소에서 무대를 가질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세에 결국 취소됐다. 오는 9월 1일에는 KBS교향악단과 9월 4일과 5일에는 경기필하모닉과 협연을 앞두고 있다. 9월 8일과 10일, 11일에는 각각 대구·고양·부산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베토벤의 음악은 김선욱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2009년에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전곡을 연주했고, 2012년과 2013년에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도 전곡을 연주했다. 독일 본의 '베토벤 하우스' 멘토링 프로그램 첫 수혜자로 선정 돼 베토벤 하우스 소장품을 독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격도 취득했다.
김선욱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베토벤의 많은 오리지널 자필악보를 열람하면서 그의 영혼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며 “베토벤 하우스 지하에 있는 동굴은 관람객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들어갈 수 없다. 그곳을 관리하고 연구하는 음악 학자와 지속적으로 대화했다. 베토벤의 의도를 파악하며 연주에 적용하는 시도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32번 소나타에서는 삶의 시작과 마지막을 느꼈다. 김선욱은 “C단조(1악장)와 C장조(2악장)는 제일 가까운 조성이면서 제일 먼 조성이기도 하다”며 “분출하고 표현하는 1악장은 베토벤 자신의 불같은 성격을 나타내는 것 같다. 2악장은 베토벤이 좋아하는 변주곡 형식이다. 변주곡을 다르게 해석하면 테마(절대적인 본질)가 있고 그 테마를 동인(모티브)으로 해서 다양하게 변화한다. 삶의 ‘여정’과 같다고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이어 “생명이 태어나서 여러 과정을 거치며 변화하고 성숙하고 삶을 마감하듯 이 소나타에는 음악의 태동과 끝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음악을 연주하면서 베토벤이라는 인간에 먼저 매료됐다고 털어놨다. 김선욱은 “예술의 대한 신념이 무엇보다도 강했기 때문에 자신만의 길을 고집 있게 갈 수 있었다”며 “그래서 베토벤의 음악은 굉장히 이성적인 방법으로 사람의 감정을 움직인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예술가에 부합하는 사람이다”고 마음을 전했다.
코로나19는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3월 중순 스코틀랜드 연주 이후 모든 공연이 취소됐다. 일상이 바뀐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심했다. 그에게 필요한 음표들을 찾았다. 김선욱 “스스로 익숙하지 않고 경험해보지 않은 레퍼토리를 연습할 수 있었다”며 “또 평소에 자주 하지 않던 요리도 예전보다 많이 늘었다. 잦은 이동과 비행으로 지친 건강도 더 신경 쓸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마지막으로 김선욱은 “가을부터 유럽에서 조금씩 연주회를 재개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아직 치료제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조심스럽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며 “예술은 계속돼야 한다. 앞으로 상황이 호전되기를 희망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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