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건강 이상설에 휩싸였다. 최근 잇따라 두 번이나 병원을 방문하자 일각에서는 조기 퇴진론까지 등장했다. 사퇴 여론도 강화하는 모양새다. 아베가 머지않아 자리를 물러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포스트 아베' 5인방 후보군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아베 총리의 건강 문제가 입에 오르내리면서 '포스트 아베' 체제를 향한 경쟁도 본격화했다고 전했다. '포스트 아베' 주자로는 아베 내각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과 '친(親) 아베'의 선봉에 있는 기시다 후미오 현 자민당 정조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포스트 아베'는 아베 총리를 둘러싼 '건강 이상설'에서 시작됐다. 아베 총리는 지난 17일과 24일에 도쿄 게이오대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았다. 지난 6월 종합검진을 받은 지 2개월 만에 추가검진을 받으면서 그의 지병이었던 궤양성 대장염이 악화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졌다.
여기에 더해 아베 총리는 오는 28일 기자회견에서 직접 자신의 건강 상태에 관해 설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심 등에 업고 질주하는 '반(反) 아베' 이시바 시게루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은 최근 아베 내각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난달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시행한 '차기 총리로 어울리는 인물'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은 지지율 26%로 선두를 달렸다.
자민당 지지층에서도 이시바 전 간사장은 지지율 22%를 얻어 아베 총리(21%)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 신문이 차기 총리 선호도를 묻는 조사를 시작한 2019년 5월 이후 이시바가 아베 총리를 누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자민당 지지층에서도 이시바 전 간사장은 지지율 22%를 얻어 아베 총리(21%)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 신문이 차기 총리 선호도를 묻는 조사를 시작한 2019년 5월 이후 이시바가 아베 총리를 누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아베 정부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자민당 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쓴소리를 내뱉은 인물로 꼽혔다. 앞서 그는 공격적인 통화부양책으로 아베노믹스를 떠받쳐온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지속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왔다. 또한 그는 "주주들 손에 지나치게 많은 재산이 축적되고 있다"고 말하는 등 아베 내각보다 더 포퓰리즘 정책을 내세워왔다.
이처럼 이시바 전 간사장이 아베 내각의 정책에 대해 거침없는 쓴소리를 내뱉으면서 아베 총리에게 피로감을 느끼는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이시바 대세론'까지 나오고 있다.
자민당 내 세력 모으는 '친(親) 아베' 기시다 후미오
'친(親) 아베'의 선봉에 있는 기시다 후미오 현 자민당 정조회장도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힌다.
일본 언론들은 최근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을 아베 후임자로 꼽았다. 기존 유력한 후계자로 꼽혔던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연이은 실책으로 지난해 9월부터 아베 총리의 불만을 사기 시작한 점도 기시다 정조회장 후임설에 힘을 실었다.
이처럼 기시다 정조회장이 아베 총리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하면서 당내 지지세를 견고하게 다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민당에서 기시다 정조회장의 파벌로 꼽히는 기존 47명에 더해 아베 총리의 파벌인 호소다파의 97명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힘입어 기시다 정조회장은 아베를 계승하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 17일 방송에 출연해 "내가 총리가 된다면 헌법 문제를 확실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중적 인기가 저조한 기시다 정조회장이 차기 총리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다소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코로나19 경제대책 결정 과정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10만엔에서 30만엔으로 올리는 안을 추진한 기시다 정조회장은 오히려 정치적 타격만 입었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세대주의 소득이 감소해야 한다'는 지원요건이 국민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오히려 내각 지지율 하락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지지율 상승 탄력받은 고노 다로...차기 총리 2위 자리에 올라
또 다른 '포스트 아베' 주자로 고노 다로 방위상도 거론되고 있다.
고노 방위상은 대표적인 강경파로 분류된다. 앞서 그는 한국에 대한 강경 발언으로 여러 차례 물의를 빚었고, 한·일 갈등 국면에서 '결례 외교'를 반복해왔다. 최근에는 일본군의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와 관련해 '한국의 양해는 필요 없다'는 강경론을 펼쳐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비용 절감'을 내세우는 그의 정책 방향은 유권자들에게 인기를 끌어왔다. 지난 6월 일본 정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밀어붙인 지상 배치형 미사일 방어 체계 '이지스 어쇼어' 사업을 돌연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고노 방위상은 비용과 시간 문제를 거론하며 "당분간 이지스함으로 미사일 방어 체계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고노 방위상은 높은 지지율을 보이면서 '포스트 아베'로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그는 차기 총리에 걸맞은 인물 2위에 올랐다. 1위는 이시바 전 간사장이 차지했다.
지지율 상승 탄력을 받은 고노 방위상은 최근 화제의 발언도 쏟아내고 있다. 전날 그는 '모계 일왕' 가능성을 언급하며 다른 후보군과 차별화에 나섰다. 현재 왕실에서 부계를 유지하기에는 위험이 크다며 모계 왕실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아베 옆자리 지킨 스가 요시히데...관계 틀어지며 '삐끗'
아베 총리 재집권 후 줄곧 자리를 지킨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포스트 아베' 후보 중 하나다.
그간 스가 관방장관은 아베 총리의 복심으로 통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된 뒤 아베 총리와 관계가 틀어졌다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내각의 살림꾼을 도맡고 있는 스가 관방장관은 최근 총대를 메고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한 보조금 지원 사업인 '고투 트래블(Go To Travel)'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더 빠르게 맹위를 떨치면서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원래 의도는 '감염 대책과 경제 양립' 전략하에 코로나19 사태로 고꾸라진 지방 경제 살리기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 건강은 생각지 않고 경제 살리기에만 집중하느냐는 뭇매를 맞았다.
아베 빈자리 채운다...'과도기 총리'로 떠오른 아소 다로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도 '과도기 총리' 역할을 맡을 인물로 꼽힌다.
이날 주간 아사히는 정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아베 총리가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건강상태를 공개하고 아소 부총리에게 총리 대행을 맡긴 후 열흘 정도 휴식을 취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아소 부총리는 지난 15일 도쿄 시부야에 소재한 아베 총리의 자택에서 총리와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들은 두 사람이 이 자리에서 어떤 수위로든 총리 사임 문제를 논의했을 것으로 봤다. 또 아소 부총리가 아베 총리 퇴진 이후 또다시 총리 대리를 맡는 게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아소 부총리의 전적을 고려할 때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가 총리로 재임하던 시절(2008년 9월~2009년 9월) 닛케이 주가가 15% 하락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소 부총리는 리먼 사태에 대응해 재정 확장에 노력을 기울였지만, 엔화 강세를 막지 못하면서 결국 2009년 중의원 선거에서 참패, 정권 교체로 이어졌다.
앞서 아베 총리가 1차 내각에서 사임한 이후 아소는 2008년 9월~2009년 9월까지 일본 총리를 역임하며, '포스트 아베' 정국을 정리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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