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방침에 반발한 의사들의 집단파업을 바라보는 여론의 평가가 며칠 사이 완전히 뒤집혔다.
당초 여론 반응은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한 밥그릇 지키기'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보건복지부(복지부)의 공공의대 선발 기준 발표 이후 '정부의 졸속정책에 질렸다. 의사파업을 지지한다'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24일 시·도지사와 시민단체로 구성된 시도위원회가 추천해 공공의대생을 선발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내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복지부 발표 이후 곳곳에선 특권층 또는 특정 집단의 추천제로 의대생을 선발할 경우 입시비리에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의료 전문가가 아닌 시민단체가 생명과 직결된 의료 업무를 맡게 될 의대생을 선발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다는 반응이다.
의사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 대놓고 불공정 사회를 지향하겠다니 뻔뻔함이 도를 넘어 기가 막힐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양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비리 의혹을 거론하며 "최소한의 추천 자격을 갖추기 위한 가짜 표창장, 허위 인턴 증명서, 나일론 봉사 확인서를 찍어내는 기계가 총동원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누리꾼들도 "제2의 조민이 나오겠군", "의사가 되려면 먼저 시민단체 가입부터 해야 되겠다", "운동권끼리 자녀 의사 만들어주기 프로젝트", "시민단체가 의료에 대해 뭘 안다고", "복지부도 폐지해라", "졸속 정책이었군" 등의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는 최근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를 목적으로 10년간 의대정원을 4000명 확대하고, 공공의대를 설립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의료계는 현장 의견을 담지 않은 정부의 의료정책은 국민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지는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지난 21일부터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와 전임의, 개원의까지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전국 의과대학교 본과 4학년 학생들은 의사 면허 발급을 위한 국가고시를 거부하기로 단결했다. 현재 전국 40개 의과대학 본과 4학년 응시자 대표자들은 이미 접수 취소를 신청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가운데 의료공백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26일 오전 8시 수도권 수련병원 전체의 전공의·전임의를 대상으로 하는 포괄적인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경우, 정부는 진료개시명령을 할 수 있다. 만약 이를 따르지 않으면, 의료법에 따라 최대 면허정지처분 및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이날 복지부의 업무개시 행정명령을 알리는 상당수 기사에 의사들의 집단파업을 지지하는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시민단체가 왜 공공의 자격을 배정해", "의료파업 지지합니다. 돌팔이한테 가족들 수술 못 맡깁니다", "정부가 의료파업 비난하려고 여론조작한다", "의사들이 왜 이렇게 무리해서 파업 강행하는지 궁금해서 확인했는데 졸속정책인 게 맞다", "정부 원안 철회하세요" 등의 옹호글이 올라왔다.
야당도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 의료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며 의사 파업을 비호하는 듯한 분위기로 돌아섰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사 파업에 대해 "공공의대 설립문제가 시급한 과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0대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장을 지낸 이명수 미래통합당 의원은 "의사 면허를 보유한 사람만 12만명이 넘고 현장 직접 종사자도 10만명 정도"라며 "의사 수가 부족한 게 아니라 의사를 적절히 배치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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