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현 선대회장은 1973년 SK그룹 창업주이자 친형인 최종건 회장이 타계하자 뒤 이어 회장에 취임했다. 1980년에 유공(현 SK이노베이션)를, 1994년에는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하며 오늘날 자산총액 기준 재계 순위 3위인 SK그룹의 기반을 다졌다.
최 선대회장은 ‘승부사’ 기질이 남다른 인물로 평가된다. SK그룹은 1994년 한국이동통신 인수 보다 2년 앞선 1992년 4월 체신부의 제2이동통신사업권을 어렵사리 획득했다.
하지만 최태원 현 SK 회장의 장인인 노 대통령으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시비가 일면서, SK는 1주일 만에 사업권을 반납했다. 최 회장은 억울함으로 울분을 토하는 사내 여론을 잠재우며 “(지난 10년간) 충분히 준비했고 실력을 갖췄으니 다른 기회가 온다”며 때를 기다렸다. 결국 2년 뒤 특혜시비를 뒤로 하고 이동통신사업권을 따내고 만다.
1990년대 초 ‘무모한 도전’으로 여겨지던 바이오 사업도 최 선대회장에 이어 최 회장까지 2대에 걸친 뚝심이 결실을 맺은 사례다.
최 선대회장은 1993년 SK 대덕연구소에 제약(Pharmaceutical)의 영어 단어 첫음절을 딴 'P 프로젝트'를 가동, 신약개발연구팀을 꾸리며 바이오 사업에 진출한다. 이후 기반을 닦은 SK바이오팜 등 제약바이오 사업은 SK그룹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가 지난해 식품의약국(FDA) 신약 승인을 받은 데 이어 올해 큰 화제를 모으며 증시에 상장했다. 올해 SK바이오팜 상장으로 SK그룹 시가총액은 지난 21일 종가 기준 약 136조원으로, 재계 2위로 올라섰다.
‘첫째도 인재·둘째도 인재’라는 신념으로 자발적 토론과 참여를 중시하는 현재의 SK 기업문화도 최 선대회장이 기틀을 닦고 최 회장이 ‘이천포럼’ 등으로 진화시킨 것으로 평가받는다.
1970년대만 해도 SK는 섬유업 중심의 중견기업에 불과해 재원이 넉넉치 않았다. 하지만 최 선대회장은 ‘인재가 가장 소중한 자원’이라는 믿음에 따라 당시 MBC ‘장학퀴즈’ 단독 후원을 꾸준히 많아 수많은 석·박사 인재를 키워냈다.
1973년 첫 전파를 탔던 장학퀴즈는 20년 넘게 방송되다 1996년 10월 방송사 사정으로 종영됐다. 하지만 최태원 회장이 "계속해야 한다"는 의지를 밝혀 1997년 1월부터 EBS에서 재개돼 현재까지 방송되고 있다. 아버지에 이어 아들까지 2대에 걸친 SK의 인재양성 정신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장학퀴즈와 더불어 최 선대회장은 1974년 사재를 출연해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 100년의 목표로 세계적 석학 양성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이후 46년이 지난 현재까지 해외 명문대 박사를 비롯해 4000여명의 우수한 인재를 육성했다.
한편 SK그룹은 이날 최 선대회장의 추모식은 따로 열지 않았다. 지난 4월 초 그룹 창립 67주년 기념식 때 화상으로 진행된 ‘메모리얼 데이’ 행사로 갈음했다. 최 회장과 가족, 주요 경영진들은 과거엔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선영에서 추모식을 했지만 이젠 4월 창립기념일에 최종건, 최종현 선대회장 추모행사를 합쳐서 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재확산 상황도 고려해 조용히 보내기로 했다.
올해 메모리얼 데이 때 최 회장은 “선대 회장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창업으로 돌파했고, 두 차례의 석유파동과 외환위기 등 전례 없는 경제위기 속에서도 나라를 먼저 생각하면서 위기를 극복하셨다”며 “단단한 저력으로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새로운 역사를 쓰자”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