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 맞은 中 선전…초고속 성장 이면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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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0-08-2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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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0년 첫 경제특구 지정 40년 돼

  • GDP 1만4000배 증가, 인구 43배로

  • 中, 홍콩 '대체재' 육성 야심 노골화

  • 글로벌 도시와 격차, 폐쇄성 걸림돌

중국 첫 경제특구 선전의 야경. [사진=중국신문망]


1980년 8월 26일 중국이 광둥성 선전(深圳)을 최초의 경제특구로 지정한 지 꼭 40년이 됐다.

개혁·개방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선전은 국내총생산(GDP) 1만4000배 증가라는 기적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며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가 됐다.

공산당이 추진한 시장경제 실험의 최고 성공 사례로 꼽히며, 홍콩의 대체재로 거론되기도 한다.

하지만 글로벌 스탠더드와 동떨어진 경영 환경, 민생·의료 인프라 부족, 한계에 직면한 인재 유치 등 과제도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사회주의 특유의 폐쇄성이 선전의 국제 도시 도약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많다.

◆초창기 '자본주의 실험장' 욕먹었지만…

26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 주요 관영 매체는 선전의 경제특구 지정을 기념하는 보도를 쏟아냈다.

1980년 당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광둥성 경제특구 조례'를 비준하며 광둥성 내 선전과 주하이(珠海), 산터우(汕頭) 등 세 곳을 경제특구로 지정했다.

1978년부터 시작된 개혁·개방 정책의 테스트 베드였지만 선전만 유일하게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경제특구 지정 초기 선전에서는 중국 '최초'의 사례가 숱하게 쓰여졌다. 첫 외자 유치, 첫 초과 생산 장려제 실시, 첫 임금 분배 개혁안 실시, 첫 사회보장제도 실시, 첫 주택 상품화 등등.

유례 없는 변화에 비판 혹은 오해의 목소리도 컸다.

선전 개발에 참여했던 량셴(梁憲) 전 자오상쥐(招商局)그룹 연구부 총경리는 관영 주간지 랴오왕(瞭望)과의 인터뷰에서 "1980년대 경제특구에 대해 서방 자본주의·식민주의의 실험장이라고 욕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경제특구로 지정된 이듬해인 1981년부터 1984년까지 4년간 선전의 지역 총생산은 매년 50% 이상씩 급증했다.

1990년대 이후 정보기술(IT) 업종 중심으로 경제 구조를 전환하면서 1991년 22억8600만 위안 수준이었던 첨단기술 산업 생산액이 매년 60% 넘게 성장해 1998년 655억1800만 위안으로 늘어났다.

2000년대 들어서도 고속 성장을 이어갔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도 두 자릿수(11%) GDP 성장률을 기록했을 정도다.

선전의 GDP 규모는 경제특구 지정 전이었던 1979년 1억9600만 위안에서 지난해 2억6900만 위안으로 1만4000배 늘었다.

같은 기간 상주 인구는 31만4000명에서 1344만명으로 43배 급증했다.

GDP 규모로는 상하이와 베이징에 이어 3위이지만, 1인당 GDP는 지난해 기준 20만3000위안으로 중국 1위다. 40년간 발전을 거듭한 끝에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가 됐다.

◆中 경제 '혁신 아이콘'으로 등극

국유기업이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중국에서 선전은 민영기업의 요람으로 불려 왔다. 화웨이와 텐센트, 자오상은행, 핑안보험, 헝다 등 글로벌 500대 기업 중 8곳이 선전에서 탄생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스타 기업인들도 대를 이어 배출되고 있다.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창업주, 허우웨이구이(侯爲貴) ZTE 창업주, 마밍저(馬明哲) 핑안보험 회장 등 1세대 기업인이 텐센트 창업주인 마화텅(馬化騰), 세계 최대 드론 기업인 DJI의 왕타오(王淘) 회장 등 2세대 기업인에게 바통을 넘겼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폴더블 스마트폰을 선보인 바 있는 로욜(Royole)의 류즈훙(劉自鴻) 최고경영자(CEO) 등이 3세대 기업인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전기차 업체 비야디의 왕촨(王傳) 회장은 "선전은 자원도 없고 특권 경영도 없어 모든 기업이 평등하다"며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도 만들 수 없는 제품을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경제특구 설립 당시인 1980년 선전의 기술 전문가는 트랙터 정비사 1명과 수의사 1명이 전부였지만, 지난해 선전에 거주하는 엔지니어는 200만명을 넘어섰다. 박사급 인재가 1만6000명, 중국 과학자의 최고 명예인 원사 칭호를 받은 이만 46명이다.

2018년 선전의 GDP 규모가 드디어 홍콩을 뛰어넘었다.

중국은 선전을 홍콩 이상의 글로벌 도시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른바 '중국 특색 사회주의 선행 시범구 건설' 프로젝트다.

중국식 모델로 성장한 선전이 서구식 자본주의의 상징인 홍콩을 능가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하는 게 최종 목표다.

홍콩의 반중 정서가 극에 달하면서 중국 공산당과 중앙정부는 선전을 홍콩의 대체재로 삼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중이다.
 

선전 증권거래소 앞의 황소 조형물. [사진=중국신문망 ]


◆걸림돌 산적, 제2의 도약 가능할까

고도 성장 이면의 그림자는 의외로 짙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쓴소리를 할 정도다.

랴오왕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글로벌 도시와 비교하면 선전의 비즈니스 환경은 아직 격차가 있다"며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규칙과의 연계성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적재산권 보호 입법, 네거티브 리스트 개선, 독과점 타파, 행정 체제 개혁 등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도시 관리 역량의 제고도 시급하다. 천원(陳文) 선전대 도시관리연구원 원장은 "도시 관리 현대화와 법치 및 공공서비스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하며 세계 선진 도시의 사례도 계속 학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수의 대학과 연구기관이 없어 자체적으로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는 한계도 극복해야 한다. 십수년 전부터 지적돼 온 사안이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또 민생·의료 인프라 부족으로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경쟁 도시보다 삶의 질이 낮은 것도 문제다.

특히 당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성장한 탓에 아직 진정한 의미의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는 게 최대 걸림돌이다.

국제 도시가 도약하려면 금융 및 환율 시장 개방이 전제돼야 하는데,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중국이 이를 허용할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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