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그런 거 묻지 마셔"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지난 3월 총선을 앞두고 이 의원과 김 비대위원장이 나눈 대화로 알려진 내용이다. 이 의원은 당시 서울 종로 선거를 앞두고 있었고, 김 비대위원장은 통합당 선거대책위원장 러브콜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29일 진행될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별다른 이변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 후보가 민주당 대표에 당선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정기국회부터 보궐선거가 치러질 내년 4월까지 두 사람이 여야 대표로 경쟁을 벌이게 된다. 두 사람의 관계에 관심이 모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두환 정부가 실명제를 연기할 것 같다는 보도를 (제가) 특종 했었어요. 동아일보 1면 머리기사로 그걸 실었었는데요. 그 출처가 김종인 당시 의원이셨습니다. 뒤늦게 고백하지만요. 밤늦게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그분 댁으로 쳐들어가서. 굉장히 취재하기 쉬웠어요. 술술 다 말씀을 해 주시더라고요. (이제는) 그때보다는 어렵겠죠. 그래도 오랜 신뢰관계는 유지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후보,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이 후보는 김 비대위원장에게 깍듯하다. 나이 차이가 12살(김종인 80세, 이낙연 68세)이나 나는데다 취재원과 기자라는 관계의 껄끄러움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김 비대위원장은 거침없다. 김원웅 광복회장의 '친일 공세'를 두둔하는 이 후보에 대해 "그동안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봤는데 깜짝 놀랐다"는 평가를 내릴 정도다.
'신중한' 이낙연…'거침없는' 김종인
두 사람의 특징은 '언행'에서도 드러난다. 이 후보는 '신중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중이 지나치다 보니 '답답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김 비대위원장은 거침없다. 본인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밀어붙인다. 당내 반발에도 여권의 의제였던 기본소득을 야권의 의제로 가져왔다.
코로나19 재확산 와중 두 사람의 메시지를 보면 이런 특징이 잘 드러난다. 이 후보는 새로운 의제를 꺼내드는 대신 "함께 견뎌내자", "확산 차단이 절박하다" 등 국민들을 독려하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김 비대위원장은 한발 앞서 의제를 던진다. "만약에 백신이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하면 엄청난 갈등과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인식해야 한다"고 했던 게 대표적이다.
사안에 대처하는 기민함은 김 비대위원장이 앞선다. 지난 7월 성추행 피소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 이 후보는 당과 같은 입장을 취했다. 지도부의 사과는 시기를 놓쳤고, 이 후보는 지도부가 사과를 한 뒤에야 "국민이 느끼는 실망과 분노에 공감한다"고 했다. 그러나 '피해자'란 표현 대신 '피해고소인'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19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었다. 통합당의 호남 지지세가 오를 무렵이었다. "광주에서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그것을 부정하고 5월 정신을 훼손하는 일부 사람들의 어긋난 발언과 행동에 저희 당이 엄중한 회초리를 들지 못했다"며 "그동안 잘못된 언행에 당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진실한 사죄를 드린다"는 발언은 민주당에서도 호평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두 사람의 스타일을 '정반대'로 평가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이 후보는 '예쁜 사이다' 발언이라 처음에는 산뜻한데 말만 번지르르한 것 아니냐는 한계가 있다"면서 "김 위원장은 너무 감정적이고 버럭대는 표현이 많다. 당의 비전을 국민들에게 긍정적으로 접근하고 친밀감을 주는 것에 대해선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두 사람의 메시지 전달 방식이 정반대 모습이지만 둘 다 한계를 갖고 있다"며 "따라서 이 후보가 대표가 되고 나서 여야 정치 복원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부분에서는 전망이 밝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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