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 속 아베 총리 사임...“극적 반전 어렵다“

아베 日 총리, 28일 공식 사의 표명

“한일 관계, 극적 반전 기대 어려워“

“크고 작은 갈등 계속 이어질 전망“

靑 “새 내각과 우호 협력관계 증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 오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의를 공식 표명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NHK를 통해 생중계된 회견에서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 사의를 공식 표명하면서 악화일로로 치닫던 한·일 관계에도 변화가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한·일 간 역사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매번 한국과 대립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일본 지도자가 교체돼야 한·일 갈등 해소에도 돌파구가 보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 사임에도 한·일 관계의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한·일 관계가) 어떤 변화의 계기는 마련할 수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극적인 변화나 일본의 기조가 바뀌는 그런 기대를 하는 건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 국내 정치 상황이 내년 9월까지 불안정할 것이라며 “양국 관계에서 커다란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고, 크고 작은 갈등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교수는 “그동안 아베 총리가 개인적으로 한국에 대한 불신, 문재인 대통령과의 불화가 심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약화할 수 있다”면서도 양국 간 갈등이 해소되는 ‘빅딜(Big Deal)’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른 시일 내에 (신임 총리를 선출하는) 긴급 양원 총회가 열릴 것이다. 여기서 선출되는 총리는 정식 총리지만, 원래 아베 총리의 임기였던 내년 9월까지 임시로 대행하는 체제로 갈 것”이라며 “차기 총리의 리더십이 공고해질 때까지 일본 국내 정치는 불안정한 상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기 총리 등장으로 한·일 정상이 상견례차 정상통화, 서신 교환 등의 외교적 교류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돌연 사의 표명으로 일본이 혼돈에 빠진 상황에서 새롭게 선출된 신임총리가 한·일 문제까지 챙기긴 쉽지 않을 거란 의미로 해석된다.

신각수 전 주일 한국대사 역시 “(한·일 관계에서)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고 특히 강제징용 문제는 자민당뿐 아니라 야당도 아베 총리와 같은 기조이기 때문에 해결안을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아베 총리가 물러나고 일본이 자민당 정권하에 있으므로 눈에 띄는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관측도 있다. 자민당 내부에서 이미 위안부 피해자, 강제징용 등 한·일 갈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새로운 총리가 등장해도 아베 정권의 대한(對韓)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서는 연내 한국에서 개최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의를 한·일 갈등 해소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간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 대화는 잘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일본 총리가 참석할 한·중·일 정상회의가 한국에서 열리고, 이를 계기로 한·일 정상 간 호감과 신뢰를 쌓아 새로운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중·일 정상회의가 대면으로 열릴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정상회의가 이뤄지면 양국 정상이 만나는 계기가 만들어질 수는 있지만, 이것이 한·일 갈등 해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이날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재발이 확인됐다며 총리직을 내려놓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질병과 치료로 체력이 완전하지 못한 고통 속에서 중대한 정치적 판단을 잘 못 하는 결과를 내지 않기 위해서 사의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일본 헌정사상 최장수 총리로서 여러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고, 특히 오랫동안 한·일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해 온 아베 총리의 급작스러운 사임 발표를 아쉽게 생각한다”며 “아베 총리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새로 선출될 일본 총리 및 새 내각과도 한·일 간 우호 협력관계 증진을 위해 계속해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교부 또한 아베 총리의 쾌유를 기원하며 앞으로 들어설 새 내각과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