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주가 상승세가 꺽이질 않고 있다. 테슬라가 2차전지 자체 생산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점 수준을 유지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테슬라가 배터리 내재화에 나서더라도 여전히 2차전지 기업에 대한 투자 매력은 유효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주요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최근 20일 간 평균 17.4% 가량 상승했다. '대장주'인 LG화학은 이날 2.50% 가량 하락했지만 여전히 74만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 SDI, 포스코케미칼 등 대형 종목은 물론 에코프로비엠, 천보 등 관련 부품·장비 기업도 낙폭이 크지 않다. 일진머티리얼즈를 제외한 주요 2차전지 관련주들 모두 이달 초와 비교해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2차전지 관련주들은 이달 중순 일제히 주가 하락을 겪었다. 주요 고객인 테슬라에서 새로운 배터리 기술과 함께 자체 배터리 생산 계획인 '로드런너(Roadrunner)' 프로젝트를 발표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다. 테슬라는 다음 달 예정된 배터리 관련 기술·투자 설명회인 '배터리 데이'에서 고체를 전해질로 사용한 전고체 배터리 개발 소식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이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주가 상승 여력이 크지 않으며 테슬라의 차세대 배터리 개발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8월말에 접어들며 국내 2차전지 관련 기업드의 주가는 반등한 뒤 고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테슬라가 자체 배터리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더라도 국내 2차전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배터리 내재화에 나선다고 해도 기존 2차전지 기업과의 협력 관계를 중단할 수는 없으며, 배터리 기술 개발 외에도 테슬라가 투자해야 할 부문들이 여럿 남아있다는 것이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설비 투자 집행이 부담으로 작용될 수 있고, 향후 원가나 경쟁 환경이 부정적일 수 있기 때문에 2차전지 자체 생산 100%는 도전적일 것"이라며 "현재 베를린·텍사스 기가팩토리, 자율주행 개발 등이 우선인 상황에서 2차전지 투자는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지적했다. 고 연구원은 "사업 경쟁 우위 확보 차원에서 2차전지 공급망 생태계 구축이 필수"라며 "LG화학, 파나소닉, CATL에 대한 의존도는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테슬라가 기존 2차전지 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현재 테슬라에 대한 고평가는 배터리 내재화 가능성이 아닌 자동차 시장 점유율 10~15% 확보 후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에 기인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테슬라가 플랫폼에서 제조업의 영역으로 내려오는 순간 이러한 평가는 상당 부분 훼손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배터리 부문의 양산성 개선을 위해 여러 작업들을 진행 중이라고 판단된다"며 "실리콘 음극재 등 최근 언급되는 기술들을 공정상 구현해줄 셀 메이커 파트너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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