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에서 악취가 나서 샤워를 못하고, 좋아하던 음식을 더는 먹을 수 없어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잘 구운 고기에선 휘발유 맛, 와인에선 썩은 과일 맛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상 중 후각 또는 미각 이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들은 완치가 된 이후에도 후각에 착오가 생기는 '착후 현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30일 BBC는 영국에 거주하는 케이트 맥헨리의 일상을 통해 이와 같은 후유증을 소개했다.
지난 3월 코로나19에 감염된 이후 4주 동안 케이트는 아무 냄새도 맡지 못했다. 하지만 6월 중순부터 이상한 맛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는 더이상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없게 됐다.
“남자친구가 뭘 먹고 싶으냐고 물어보면 화가 나요. 모든 음식이 끔찍한 맛일 거란 걸 알기 때문에 식욕을 느끼지 못하니까요. 이렇게 영원히 살아야 할까 봐 무서워요.”
냄새로 인한 고통, 일상 전반의 우울감으로 번질 수 있어
전문가들은 착후 현상은 보통 감기나 부비동 문제, 머리 부상 등을 입은 환자들이 겪는 증상이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해 후각과 미각에 관련된 신경세포에 이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코로나19로부터 회복을 하면, 손상된 신경이 다시 자라나면서 뇌가 실제 냄새를 제대로 분별하지 못하는 후각 착오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환자들은 타는 냄새나 담배 연기 냄새, 썩은 고기 냄새가 난다고 설명한다. 심한 경우 냄새가 구토를 유발하기도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한 착후 현상 사례가 아직 정확한 통계로 집계되진 않고 있지만, 이미 코로나19 환자 가운데 수십만 명에 달하는 인구가 후각 이상, 또는 후각·미각 상실 등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냄새 자체를 맡지 못하는 후각 상실은 당황스럽지만 후각 착오는 생각보다 큰 고통을 수반한다. 익히 경험해 예측할 수 있는 냄새들이 전혀 다른 자극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부 극심한 경우는 항간질제 일종의 약을 처방하기도 한다.
홉킨스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후각 상실 증상과 이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영향에 대한 연구도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말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날로 강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우리가 집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은 그닥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 단체의 설립자인 크리시 켈리는 “후각 상실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비슷한 증상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아는 것”이라면서 “이 증상에 대해 함께 나누고 대화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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