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골프 대회에서 보기 힘들었던 생소한 풍경을 접하고 있다. 함성으로 가득 찼던 대회장은 공허함 만이 남았다. 굴린 공이 홀을 외면했을 때의 안타까운 '탄식'과 홀인원에 성공했을 때의 우레와 같은 '함성'은 온데간데없다.
최근 프로골퍼인 그래엄 맥도웰(북아일랜드)은 "관중이 없는 골프 코스에서는 나 자신이 좀비 골퍼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환호 없는 공허함을 의도치 않게 움직이는 좀비라 표현했다.
골프계 신·구황제로 불린 타이거 우즈(미국)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도 관중이 없는 골프 대회에 대한 코멘트를 남겼다. 우즈는 "관중이 없다 보니 장점이 줄었다"고 했고, 매킬로이는 "의욕이 떨어진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관중이 없어서 힘이 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제는 톱 플레이어들의 '굿샷~'을 대회장이 아닌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바라봐야 한다. 거대한 침묵과 함께 말이다. 관중의 함성이 없자, 미국 골프채널은 선수들의 허리춤에 마이크를 채우고 그들의 대화를 그대로 전달하기 시작했다. 사라진 갤러리의 함성을 일부라도 메우기 위함이다.
이로써 새로운 일들이 일어났다. 지난 6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RBC 헤리티지에 출전한 애덤 해드윈(캐나다)은 마이크를 차고 캐디와 나눈 은밀한 대화 때문에 벌타를 받았다.
접하기 어려웠던 선수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지만, 방송사고처럼 긴 침묵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국내의 상황도 별반 다를 게 없다. 골프를 중계하는 주관 방송사는 소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노력했다. 골퍼들이 플레이하는 코스에 리포터를 파견해서 그들과 소통하고 대화를 나눈다. 선수의 상황도 설명한다. 그리고 실시간 댓글 기능을 신설해 골프 팬들의 응원을 화면 속 텍스트로나마 볼 수 있게 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언택트' 시대의 골프 관전이다. 문체부는 프로야구(KBO리그)와 프로축구(K리그1)의 10% 관중 입장을 허용했을 때도, 이후 30%로 증원했을 때도 프로골프의 관중 입장은 허용하지 않았다. 물론 이 상황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혜택을 본 선수들도 있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 중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부모님과 갤러리가 대회장에 방문하지 않자, 마음의 부담을 덜었다는 이들이 여럿 됐다. 한 선수는 웃으면서 "부모님의 잔소리를 듣지 않으니 살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수는 "드림투어(2부)와 점프투어(3부)처럼 갤러리 없는 조용한 대회장이 플레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특히 박현경(20)은 코로나19 전과 후의 성적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그는 코로나19 확산 전에는 무관에 그쳤다. 생애 첫 승을 고대했다. 신기하게도 시즌 첫 대회인 KLPGA 챔피언십과 신설 대회인 아이에스동서 부산오픈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생애 첫 승의 한을 풀었고, 다승자로 우뚝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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