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현대경제연구원은 BTS의 경제적 효과가 연간 총 5조560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추세대로라면 BTS가 2023년까지 창출할 경제적 가치는 5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평창동계올림픽 효과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지금은 이 전망치도 수정해야 할 판이다. BTS는 당시 전망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난 성과로 전 세계인들을 사로잡고 있다. '경제' 그 자체가 된 BTS. 그들로 인해 한류와 한국 콘텐츠 산업의 미래는 더욱 밝아졌다.
◆기업 손잡고 매년 4조1400억 생산유발
BTS가 새 역사를 썼다. 2018년 5월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가 미국 유명 대중음악 순위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정상을 차지한 지 2년 3개월 만에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싱글 차트 '핫 100' 1위에 오른 것이다. 빌보드 양대 메인 차트로 K팝 역사에 남을 만한 대기록을 세웠다.
이 외에도 BTS는 많은 역사를 써왔다. 영국 런던 웸블리를 비롯한 스타디움 월드투어, '빌보드 200' 1위, '핫 100' 1위까지 K팝의 전인미답을 개척했다. 이제 남은 건 '그래미 어워즈' 후보뿐. 그리 허황된 꿈도 아닌 듯하다.
미국 3대 대중음악 시상식인 '빌보드 뮤직 어워즈',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수상 이력이 있는 BTS는 '그래미 어워즈'를 다음 타깃으로 삼았다.
'그래미 어워즈'는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중음악 시상식이다. 그러나 미국인, 특히 백인 중심의 수상 이력으로 비난도 받아왔다. 실제로 동양인이 무대에 서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하지만 BTS는 높은 벽을 허물고 '제62회 그래미 어워즈' 무대에 올랐고, 지난달 31일(현지 시간)에는 후보 가능성이 높은 아티스트로 뽑혔다.
BTS가 마지막 벽이라 불리는 '그래미 시상식'까지 정복한다면 우리 경제, 아니 세계 경제까지 들썩이게 할 것으로 보인다.
◆경남제약, 레모나 70억 판매로 기사회생
BTS는 2013년 데뷔했다. 당시 국내 가요는 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JYP엔터테인먼트까지, 아른바 '3대 기획사'가 메인 스트림(main stream)을 장악하던 때였다. 당시 중소 기획사였던 빅히트는 대중의 큰 기대는 얻지 못했다.
그런 BTS가 세계적인 그룹으로 성장한 건 유튜브·소셜미디어(SNS) 덕이 컸다. 인터넷이 발달하며 세계 음악시장의 경계가 흐려졌고, 많은 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BTS는 시대의 흐름에 잘 맞는 아이돌이었다. 그들은 트위터 등으로 전 세계 팬들과 만났고, 국적 불문하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청춘'의 이야기를 음악에 담았다.
지난 6월 하버드 경영대학원 애니타 엘버스 교수팀은 빅히트의 트레이닝 시스템과 과감한 투자 결정이 있었기에 BTS가 성공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아티스트를 믿고 지지해준 결과라는 이야기다.
BTS가 아이돌의 새로운 역사를 쓰며 이를 경제공학적으로 접근하는 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앞서 현대경제연구원은 2018년 'BTS의 경제적 효과'에 이어 2019년에도 'BTS의 성공 요인 분석과 활용 방안'을 연구하고 분석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BTS의 생산유발효과는 연평균 약 4조1400억원이다. 그들의 성공 방정식에 국내 굴지 기업들도 BTS와 손잡기를 원하고 있다. 이미 자동차업계, 유통업계, IT업계는 '방탄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는 중이다.
과거, 전 최대 주주의 불법 행위로 위기를 맞았던 경남제약은 BTS를 모델로 기용한 뒤 상승세를 탔다. BTS로 인해 기사회생하게 된 가장 대표적 사례다.
하나금융투자는 경남제약이 BTS 효과로 지난 1분기에만 70억원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며 "BTS 계약 기간이 올해 말까지인 걸 감안하면 2020년 레모나 제품 매출액은 450억원을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야말로 죽어가던 기업도 살린 BTS 효과다.
BTS와 협업한 패션 기업 한섬의 시스템·시스템 옴므 컬렉션은 출시 직후 매출 호황을 누렸다. BTS 인기곡 '피 땀 눈물'을 주제로 티셔츠, 원피스 등 20가지 의류와 모자, 양말 등 5가지 소품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제품 출시 전 시스템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공개된 티저 영상은 이틀 만에 37만3000뷰를 찍었다. 한섬 유튜브와 시스템 인스타그램 조회 수도 각각 9만9000건, 6만4000건에 달한다.
한섬 관계자는 "티저광고 조회 수가 수십만건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해외 문의도 빗발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BTS와 글로벌 광고 계약을 체결한 휠라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올해 초 공개된 광고는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걸려 글로벌한 이미지를 얻었다.
BTS의 인기는 곧 기업의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실례로 안마의자 브랜드 바디프랜드는 BTS 광고 노출 후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38% 늘었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왜 BTS를 모셔가려고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BTS 경제 효과는 전 산업군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보여줬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BTS로 인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연평균 79만6000명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2017년 기준 외국인 관광객 수는 약 1041만명이다.
BTS 관련 수출의 경우엔 의류 2억3398만 달러, 화장품 4억2664만 달러, 음식류 4억5649만 달러를 기록해 총 11억1700만 달러로 추계했다. 대한민국 전체 소비재 수출액의 1.7% 수준이다. BTS가 지금의 인기를 유지한다면 10년(2014∼2023년)간 경제적 효과는 생산 유발 효과 41조8600억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 14조3000억원으로 총 56조16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IPO 임박한 빅히트 호재···엔터주도 '들썩'
빅히트의 상장도 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7일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해 9~10월 공모주 청약을 거쳐 증시에 입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의 주가가 급등한 것도 이 같은 기대심리를 반영한다.
게다가 올 하반기 예정된 빅히트 기업공개(IPO) 전 BTS의 '핫 100' 1위 소식은 대형 호재라고 볼 수 있다. 빅히트에서 BTS의 비중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매출 5872억원 가운데 BTS가 올린 매출이 5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빅히트의 기업 가치가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한다. '핫 100' 1위 달성으로 빅히트의 기업 가치도 뛸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BTS 테마주'로 엮인 주식 종목들이 요동쳤다. 장중 신고가까지 올랐다가 오후 들어 급락하기도 했다. 빅히트 2대 주주인 넷마블은 개장 직후 7%대 급등하면서 장중 1년 신고가(17만9500원)를 갈아치웠다. 빅히트 3대 주주인 스틱인베스트먼트의 모기업인 디피씨도 장중 전일 대비 15% 오른 2만1900원까지 뛰면서 1년 신고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매도량이 늘어나며 하락 마감했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빅히트의 기업 가치를 1조원대에서 많게는 4조원대로 추산했다. 증권업계는 2018년 기업 가치를 1조2800억∼2조28000억원으로 평가했다. 1년 사이 빅히트는 큰 폭으로 성장했고 작년 대비 매출이 95% 늘어 587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975억원으로 17% 증가했다.
최근 주관사들을 통해 드러난 빅히트의 몸값은 6조원대. 유가증권상장사 시가총액으로도 KT, LG유플러스, 기업은행 등 대기업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전 세계 문화를 장악하고 경제 시장까지 주무르는 BTS. 그들은 이미 전 세계에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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