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 前남편 곁에 묻히게 해달라....法, "재혼했으니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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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재 기자
입력 2020-09-0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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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공자인 전 남편의 곁에 묻히게 해달라"
국가유공자인 배우자가 사망한 뒤 다른 사람과 재혼했다면, 전 배우자의 묘지에 함께 묻힐 수 있을까?

국가유공자인 전 남편이 사망한 뒤 다른 남자와 재혼한 아내가 국립묘지에 합장되지 못하도록 한 법원의 판단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김국현 부장판사)는 A씨가 국립서울현충원을 상대로 "국립묘지 배우자 합장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기사와 관련없는 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씨의 아버지는 과거 학도병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유공자로, A씨의 어머니는 남편의 사망 후 재혼했고, 2004년에 사망했다. 이에 A씨는 국립묘지에 묻힌 아버지와 어머니를 합장하고자 했으나 현충원 측에서 이를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현재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가 사망한 후 다른 사람과 혼인한 배우자'는 합장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아들 A씨는 "재혼했다는 이유만으로 합장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수절을 강요하는 전근대적인 발상"이라며 이 규정이 국가의 혼인 보장 의무를 규정한 헌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한 것이다.
 
재판부, "애초에 본인이 선택한 문제 아닌가?"
그러나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혼인은 A씨 어머니의 초혼과 재혼 모두"인것은 맞지만, "A씨의 어머니가 두 번째로 결혼하는 과정에서 자유를 보장받지 못했다고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재혼으로 인해 초혼에서의 지위를 일부 잃더라도 이는 자유의사에 따른 선택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즉, 재혼은 어디까지나 A씨의 어머니가 자유 의지로 '선택'한 일이며, 이에 따른 국가유공자 가족으로서의 지위 상실 여부가 재혼의 의사를 왜곡할 정도의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지 못한 것으로 간주한 것이다.

A씨는 전후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홀로 자식들의 생계를 꾸리기 어려워 재혼한 어머니를 합장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헌법상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점에 대해서도 "국가가 국립묘지 안장의 대상 범위를 설정한 것은 누군가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므로 행복추구권 침해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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