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귤·배 등 과일과 꽃·식물 등이 자신들 마음대로 둥둥 떠다닌다. 혼자 빙그르르 돌기도 하고, 서로 부딪혀 튕겨져도 나간다. 통통 튀는 상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미국 출신의 영상미디어 설치 작가 제니퍼 스타인캠프(62)가 오는 3일부터 10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에 있는 리안갤러리와 리만머핀서울에서 동시에 개인전 ‘소울즈’(Souls)를 선보인다.
2010년과 2014년 리안갤러리에서 전시를 가졌던 스타인캠프가 6년 만에 갖는 국내 세 번째 개인전이다.
미국·유럽·아시아 주요 미술관과 비엔날레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스타인캠프는 삼차원(3D)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영상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다. 주로 자연을 다룬다.
기술은 상상의 경계를 허물었다. 현재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에서 디자인 미디어 아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스타인캠프는 “우리가 자연에서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소프트웨어의 능력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리안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는 2020년 작품인 ‘정물4’(Still-Life4)는 움직이고 멈추는 과일과 꽃, 식물들을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와 생의 환희를 표현했다. 코로나19로 멈춰 있는 이들을 생동감 넘치는 움직임을 통해 응원한다. 즐거운 힐링을 선물한다.
리안갤러리는 “17세기 플랑드르 화파의 바니타스 정물화에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삶의 허무와 인생무상이라는 바니타스 정물의 형식을 깼다”며 “전통적인 정물화를 21세기 디지털로 재해석했다”고 소개했다.
또한 나무 한 그루가 사계절을 순환하는 모습을 담은 ‘주디 크록 12·14’(Judy Crook 12·14)와 망막 정맥을 화려하게 시각적으로 묘사한 ‘망막 1·2’(Retinal 1·2)도 리안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아트센터 디자인 칼리지 재학시절에 자신에게 큰 영감을 주었던 색 이론 교수 주디 크록을 작품명으로 사용했다.
리만머핀 서울에서는 신작 ‘태고의, 1’(Primordial, 1)을 만날 수 있다. 공생과 더불어 지구 생명의 초기를 묘사하는 수중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작가는 미지의 수중 생태계를 상상력을 통해 드러냈다. 처음 보는 작은 생물들과 식물들이 위에서 아래로 가라앉는다. 투명한 생물이 내뿜는 산소 방울이 물 위로 상승하며 위쪽에는 번쩍이는 빛의 섬광이 보인다.
바람에 따라 움직이는 자작나무 숲을 표현한 작품인 2019년 작품 ‘보이지 않는 눈4’(Blind Eye 4)도 흥미롭다. 나무의 흰 껍질 중간의 검은 점들은 사람의 눈동자를 닮았다. 또한 부드러운 바람에 움직이는 데이지꽃을 볼 수 있는 ‘데이지 체인 트위스트’(Daisy Chain Twist)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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