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발 도시탈출] ①너도나도 교외로...미국 주택거래 활황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윤세미 기자
입력 2020-09-04 08: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사진=EPA·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국인들의 도시 탈출이 이어지고 있다. 재택근무 확산 속에 사람들이 도심의 비싼 집세를 부담하면서 회사 근처에 남을 필요가 없어진 탓이다. 교외지역 주택 시장은 보기 드문 호황을 맞았고 도심은 비어가고 있다.

블룸버그는 최근 미국 전역에서 교외 주택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 코로나19 시대 복잡한 대도시를 떠나 안락하고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홈오피스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교외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특히 도심 집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교외에서 이런 현상이 가장 두드러진다고 매체는 전했다.

주택 구매자를 위한 공동 투자 플랫폼 하우스(Haus)의 랄프 맥로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살고 싶은 곳에 대한 인식이 급변하는 상황에 있다"며 "추세가 계속된다면 지난 수십년 동안 보지 못했던 '교외화'의 새 물결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천문학적인 돈풀기 속에 역대 최저로 떨어진 금리 역시 주택 수요에 불을 붙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16일 이후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는 사상 처음 3% 밑으로 떨어졌다. 워싱턴DC 소재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에드 핀토 주택센터 총괄은 "정부는 경제 붕괴를 막는 동시에 주택 시장을 부풀리고 있다"고 짚었다.

주택 거래 열풍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미국의 7월 기존 주택 판매는 총 586만건으로 6월보다 24.7% 폭증했다. 7월 새집 착공 건수도 149만6000건을 기록, 6월 대비 22.6%나 뛰었다. 코로나19로 미국이 유례없는 실업대란과 경기침체를 겪고 있지만 주택 시장은 되레 수혜를 받고 있는 셈이다.

교외를 중심으로 주택 거래가 급증하면서 주택 가격도 치솟는 모습이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졌던 10여년 전 집값 대폭락을 겪었던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 카운티와 샌버나디노 카운티의 경우 최근 주택 구입 열풍이 불면서 7월 일반 단독주택 가격이 42만달러(약 5억원)까지 올랐다. 2006년 최고가를 10% 가까이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달에는 샌버나디노 카운티에서 중국계 주택개발업체 랜드시홈스가 분양하는 신규 주택단지 셰이드트리 사무실 앞에 30명 넘는 사람들이 원하는 주택을 먼저 고르기 위해 밤새 야영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랜드시홈스의 마이크 포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블룸버그에 "8월 중순이 전통적으로 거래가 한산한 기간임을 감안할 때 전례없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주택 시장 호황이 이어지기 위해선 경제 회복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제가 활기를 찾지 못할 경우 무리한 빚을 내 집을 산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집을 팔거나 은행에 압류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