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전략⓶] “5년, 10년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 바라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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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20-09-0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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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성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 인터뷰

내년에도 모태펀드에 투입되는 예산은 조 단위에 달할 예정이다. 벤처 투자 생태계에 마중물 역할을 하는 모태펀드는 매년 규모를 급속도로 키워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언제까지 모태펀드가 벤처 투자를 이끌 수 없다”며 민간 중심의 투자 생태계를 강조한다. 이 주장에 국내 1세대 벤처캐피털(VC)리스트이자 한국벤처캐피탈협회를 이끄는 정성인 회장은 “동의하지만, 시기상조다”고 진단한다. 그는 “1조원 규모의 모태펀드 예산이 많다, 적다를 논하기보다는 5년, 10년 단위의 장기적 관점에서 벤처 투자 생태계 성장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인 VC협회장.]



다음은 정 회장과의 일문일답.


- 내년도 중소벤처기업부 예산 중 모태펀드에만 9000억원이 편성됐다. 어떻게 평가하나.

“국내에서 처음 벤처 투자 생태계가 조성될 때 90% 이상을 공공에서 담당하다가 현재까지 왔다(지난해 전체 벤처 투자 중 순수 민간 펀드 비중은 34.5%). 장기적으로 민간이 벤처 투자를 주도해야 하지만, 지금은 모태펀드 매칭조차 원활하지 않다. 정부가 지난 30년 정책자금을 벤처투자에 배정하는 동안 손실을 기록한 적도 없다. 아직 국내 벤처 투자는 공급 자금이 수요보다 모자라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당분간 공공의 역할이 필요하다"

- 벤처 투자가 지나치게 공공 위주로 돌아간다는 지적도 있다.

“민간 부문에서 벤처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방향성은 동의하지만, 지금도 정부 모태펀드는 마중물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모태펀드 예산이 크게 늘어난) 지난해와 올해 수익률이 떨어지지 않는 것만 봐도 자금을 더 넣어야 한다는 명분을 약화시키지 않는다.

민간에서 만기 10년 정도 되는 장기 펀드를 운용할 준비가 안 돼 있는 측면도 있다. 국내 자산운용시장이 발전한 기간은 기껏해야 최근 3~5년이다. 연기금을 포함해 공제회, 은행‧증권‧보험 등 유동성이 넘쳐흐르지만 대부분 단기 자금이다. 민간 자금이 롱텀(장기) 펀드를 선호하지 않는 거다. 10년, 20년 후에는 벤처 투자도 민간 중심이 돼야 하지만, 당분간은 공공의 역할이 필요하다.“


- 민간이 벤처 펀드를 롱텀으로 투자해도 매력적일 수 있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되지 않나?

“억지로 앞당기려 하면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그 자금 많은 국민연금도 벤처에 투자한 시기가 5년 밖에 안됐다. 벤처 투자는 많은 인력이 필요한데, 아직도 직원을 늘리지 못한 채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일부러 시행착오를 겪을 필요는 없다. 오래 걸리더라도, 초기 투자에 대해 인식하고, 롱텀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 선진국에 비해 해외 자금이 유입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해외에서 투자할 만한 실적(track record)을 국내 VC가 갖추지 못했다. 한 사이클당 10년은 걸리는데, 오래된 VC라고 해도 고작 세 사이클 정도 돌았을 뿐이다. 이런 회사도 몇 개 없다. 국내 창업투자회사가 200여개 정도인데, 이 중 100개는 5년 안에 생겼다. 정부 자금과 상관없이 민간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10년 바라보고 VC 경쟁력 키워야"

- 국내 VC업계 경쟁력 향상이 우선이라는 건가?

“VC는 전문성이 경쟁력의 원천이다. 국내는 자산 운용 경험이 부족하고, 사람도 없다. 민간 자금이 많이 들어오려면 운용사의 트랙 레코드 규모가 커져야 한다.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라이프 사이클 10년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은 자금을 투입하고, 향후에는 인프라와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금융기관이 투자할 때 법인세를 면제해 주거나 VC 인력 교육을 지원하고, LP(출자자) 보고 시스템 전산화 등의 문제다. 1~2년 만에 바꾸려고 하면 안 된다. 10년 정도는 바라보고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때까지는 공공에서 빈자리를 메워줄 수밖에 없다."


- 공공기관이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우려 섞인 시각도 많다.

“VC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대표적인 섹터다. 예를 들어, 대학 교수가 연구실에서 창업할 아이디어가 있는데, 자기 돈으로는 안 한다. 투자를 받을 수 있으면 한번 해볼까 하면서 전문가 창업으로 이어진다. 정부가 이런 창업을 정책적으로 늘리려고 해도, 민간에서 자금이 안 들어간다. 이런 영역에선 소규모로 지원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벤처 투자는 오랜 시간에 걸쳐 발전해야 하는 섹터다.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는 거다. 1조원씩 대규모 자금을 넣다 빼는 방식이 아니라 소규모 자금으로 민간과 경쟁하지 않는 분야에서는 시행착오를 거치는 거다. 우리 업계는 잘 하고 있다고 본다. 1년 2년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크게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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