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연장되는 상황에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내린 경기 진단이다. 지난달 내수 부진이 다소 완화됐다는 판단에서 한 발짝 물러선 평가다.
KDI는 7일 내놓은 '경제동향 9월호'에서 "심리지표가 개선되는 등 경기 부진의 완화 흐름이 관찰됐으나, 8월 중순 이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경기 부진의 지속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7월 전산업생산도 조업일수가 2일 줄어드는 등의 요인으로 전월 0.7%에서 -1.6%로 감소폭이 소폭 확대됐다. 제조업 출하도 전월 -2.5%에서 -4.2%로 내려앉았다. 특히, 전자부품과 자동차가 각각 -16.5%, -8.7%로 하락했다. 내수와 수출도 각각 -4.4%, -4.0%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그나마 제조업 재고율은 117.7%에서 116.0%로 1.7%포인트 하락했고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68.2%에서 70.0%로 상승했다.
KDI는 "식당 영업시간 제한 및 실내체육시설 운영 중단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방역지침이 강화되면서 서비스업이 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특히, 소비 관련 신용카드 매출액 증가율을 보면, 수도권 방역이 2단계 거리두기로 격상된 8월 중순 이후(8월 19~30일) -12.1%를 기록했는데, 이는 신천지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발생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처음 시행된 지난 5월 이전 수준(2월 19일~5월 5일, -14.2%)으로 다시 낮아진 모습이다.
8월 중순 이후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대면접촉이 많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소비가 다시 위축될 것이라는 게 KDI의 판단이다.
설비투자는 기계류가 양호한 흐름을 유지했으나 운송장비가 감소하면서 증가세가 둔화했다. 7월 설비투자는 전월(13.8%)보다 낮은 6.7%의 증가율에 그쳤다. 건설투자는 토목부문이 회복세를 보이며 감소폭이 다소 축소됐다. 전월(-3.6%)보다 높은 0.6%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출은 대외수요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되면서 일평균 수출액의 감소폭이 축소되는 모습이다. 8월 수출은 9.9%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전월(-7.1%)보다 감소폭이 확대됐다. 다만, 일평균 수출액은 전월(-7.1%)보다 높은 3.8%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전년동월(15억6000만 달러)에 비해 큰 폭으로 확대된 41억2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교역조건은 전월(9.3%)보다 축소된 4.2%의 상승률을 보였다.
이와 달리, KDI는 취업자 수 감소폭이 축소됐으나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고용여건이 다시 악화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7월 전체 취업자 수는 전월(-35만2000명)보다 감소폭이 축소된 전년동월대비 27만7000명 감소를 기록했다. 그러나 8월 중순 이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의 급증으로 향후 대면접촉 서비스업과 임시⋅일용직에서 취업자 수가 다시 많이 감소할 것으로 KDI는 내다봤다.
수요 측 물가압력은 여전히 낮은 상황이나, 농산물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물가의 상승폭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8월 소비자물가는 공급 요인인 작황 악화로 상승폭(0.3% → 0.7%)이 확대된 반면, 수요를 주로 반영하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는 전월과 동일한 0.4%의 낮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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