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발간한 '경제동향 9월호'를 통해 "심리지표가 개선되는 등 경기 부진의 완화 흐름이 관찰됐으나, 8월 중순 이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경기 부진의 지속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월 이후 처음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긍정적 신호를 강조했던 지난달의 평가를 1개월 만에 뒤집은 셈이다.
7월 전산업생산도 조업일수가 2일 줄어드는 등의 요인으로 전월 0.7%에서 -1.6%로 감소폭이 소폭 확대됐다. 제조업 출하도 전월 -2.5%에서 -4.2%로 내려앉았다. 특히, 전자부품과 자동차가 각각 -16.5%, -8.7%로 하락했다.
소비 관련 신용카드 매출액 증가율을 보면, 수도권 방역이 2단계 거리두기로 격상된 8월 중순 이후(8월 19~30일) -12.1%를 보였는데, 신천지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발생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처음 시행된 지난 5월 이전 수준(2월 19일~5월 5일, -14.2%)으로 돌아갔다.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대면접촉이 많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소비가 다시 위축됐다는 게 KDI의 판단이다.
고용 시장 역시 아직은 불안하다. KDI는 다소 회복세를 보였던 7월과 달리, 8월 중순 이후 신규 확진자 수가 급증해 대면접촉이 많은 분야에서의 취업자수가 감소한 탓이라고 보았다.
이날 발표된 '2020년 8월 노동시장 동향'을 보면, 8월 구직급여(실업급여) 수혜금액은 1조974억원에 달한다. 지난 5월 처음으로 1조원을 뛰어넘은 1조162억원을 기록한 이후,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1조원 수준을 이어왔다.
그래도 8월 들어 신규 구직급여 신청자수가 9만명으로 줄어들긴 했다. 같은 달 고용보험 가입자수도 1401만 9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26만2000명이 늘었다.
다만, 긴급 고용지원금 덕분에 '반짝' 효과를 봤다는 지적도 들린다. 실제 고용부는 이날 기준으로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 프리랜서, 영세 자영업자, 무급휴직자를 위한 '코로나19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에 대한 175만4934건(99.9%)의 신청을 심사완료했다. 지난 4일 기준으로 지급액은 1조9654억2100만원에 달할 정도다.
결국, 정부의 방역 조치와 4차 추경 등 정책 추진에 시선이 쏠린다. 회복보다는 경기 위축을 방어해야 할 판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2차 유행으로 사실상 정부가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고 전 국민 긴급지원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면서도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타당하나, 이를 통해 경기 회복까지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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