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량채 실종] 반쪽시장 우려에 정책지원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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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미 기자
입력 2020-09-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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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국내 채권시장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BBB급 채권이 품귀 현상을 빚자, 정부에서 '반쪽시장'을 되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8일 신용평가회사 나이스신용평가가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국내 채권시장에서 BBB급 비중은 1월 말 기준 전체에서 5%밖에 안 됐다. 세계 채권시장을 보면 2019년 말 BBB급 비중이 35%에 달했고, 미국에서는 40%에 이르렀다.

애초 우리나라 채권시장에서 BBB급 비중이 이렇게 낮았던 것은 아니다. 2005년 1월만 해도 전체에서 31%를 차지했다. 상황을 바꾼 것은 전 세계에 불어닥쳤던 금융위기다. 한참 금융위기 여파로 시름하던 2010년 초 BBB급 채권은 12.1%까지 감소했고, 2015년 1월에는 8.9%까지 줄어들었다.

정부가 정책적인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최우석 나이스신용평가 평가정책본부장은 "국내에서는 A등급 이상 대기업만이 채권을 발행하는 직접금융시장의 혜택을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내 기업 대부분이라 할 수 있는 BBB등급 이하는 직접금융시장 창구가 막혔다고 보아도 되는 상황"이라며 "채권시장 정상화와 기업 자금조달 활성화, 경제체력 강화를 위해 BBB급 채권을 살려야 한다"고 했다.

공모펀드 활성화는 BBB급 회사채에 대한 기관 수요를 늘려줄 대안으로 꼽힌다. 윤원식 나이스신용평가 평가정책본부 연구위원은 "하이일드펀드가 BBB급 이하 채권에 일정 비율 이상 투자하면 공모주 10%를 우선 배정하는 혜택은 연말로 끝난다"며 "일몰 시기를 더 늦출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채권시장 접근성도 선진국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 윤원식 연구위원은 "미국은 적격기관투자가제도(QIB) 등록절차를 면제해 회사채 발행 적시성을 확보하고, 고수익채권 발행 수요를 늘렸다"고 했다. 그는 "국내에서 시행하는 QIB도 보완해 상대적으로 우량한 기업이 쉽게 채권시장에 들어올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장이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BBB급 이하 채권에 대한 인수 지원 프로그램을 상시적으로 운영해 차환위험도 줄여주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윤원식 연구위원은 "시장을 잠식하며 왜곡현상을 유발하는 장기 기업어음(CP) 제도를 폐지해 BBB급 이하 회사채가 많이 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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