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가능성 있는 심각한 질환"···제약사들 '과학적 기준' 지킬 것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부작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코로나19 백신 후보에 대한 3상 임상시험을 임시 중단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8일(이하 현지시간) 밝혔다. 임상시험 참가자 중 한 명에게서 심각한 질환이 발견됐으며, 백신 부작용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제약사는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해당 질병이 횡단형 척수염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부작용이 의심되는 환자는 영국 내 임상 2상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도 면밀한 점검을 위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신 후보 물질에 대한 최종 3상 임상시험은 대규모 환자군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물질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임상 시험이 진행되는 단계에서 부작용 우려가 나오면서, 백신 개발의 지나친 속도전에도 제동이 걸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는 지난달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했다. 그러나 해당 백신은 임상 3상 시험을 거치지 않아 안전성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중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난달 22일까지 중국 제약업체인 시노팜과 시노백에서 개발한 백신을 긴급 접종한 사람 수가 10만명 이상이라고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9일 보도했다. 아직 부작용이 나타난 사람은 없다는 게 중국 정부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제약사들은 속도보다는 과학적 기준을 엄격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유럽의 9개 제약사는 임상3상에서 백신의 안전성과 효험이 입증될 때까지 당국에 승인을 요청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화이자,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아스트라제네카, 바이오엔테크, 존슨앤드존슨, 머크, 모더나, 노바백스, 사노피 등 9개사는 8일 공동성명을 내고 대규모 임상시험(mass testing)을 통해 적절한 데이터를 얻은 후 백신 승인을 신청할 것이라고 서약했다.
정치적 이유로 백신 승인을 앞당기려는 움직임에 동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성명에서 "백신을 접종받는 사람들의 안전과 웰빙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과학적 절차의 완결성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백신 10월에 나올 수도"···바이오엔테크 "자신 있다"
백신 개발에 가장 조바심을 내는 이는 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지지율이 대폭 하락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에도 대선 전인 10월에 백신이 나올 수 있다는 발언을 하는 등 조급한 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처(FDA) 국장도 백신 승인 과정에 있어 임상3상이 필수적이지는 않다고 밝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각주 정부 보건 당국에 대선 전인 10월 말까지 백신을 배포할 준비에 들어가라고
통보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은 8일 내셔널 헬스 리서치 포럼에 참석해 백신은 올해 말쯤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백신 임상 시험의 결과는 독립적 기관인 '데이터·안전 모니터링 위원회'(DSMB)에 의해서 검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화이자와 손잡고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독일 바이오엔테크는 10월 중순 또는 11월 초에 백신이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을 준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바이오엔테크의 공동창업자 겸 CEO인 우구어 자힌은 8일 CNN 인터뷰에서 개발한 백신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이면서 "나는 이 백신이 거의 완벽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자힌 CEO는 해당 백신은 전연령층에서 항체 반응이 강력했으며, 부작용은 최소 수준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총괄하는 몬세프 슬라위 '초고속작전'팀 최고책임자는 최근 10월 말 이전에 코로나19 백신이 긴급사용 승인을 받을 가능성은 작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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