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없었다면]④ '2억 관객 시대'…韓영화 전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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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0-09-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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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장 관객 70% 급감…코로나19 없는 2020 영화계 가상 조명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과 주연 배우들[EPA=연합뉴스]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바쁘게 굴러가던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산업과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쳇바퀴는 코로나19 확산에 멈춰 섰고,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는 초유의 위기를 맞았다. 업계별 전문가는 "예고 없이 찾아온 코로나 리스크는 향후 몇 년간은 지속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만약 이 거대한 복병 '코로나19'가 확산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의 2020년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었을까. 코로나19가 창궐하지 않은 '가상'의 상황을 설정하고 업계별로 조명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 극장 관객수 2억원 대…쏟아지는 '대작 영화', 흥행세 잇다

"실전은, 기세야"

전 세계, '신드롬'을 일으켰던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대사다. 극 중 기우(최우식 분)의 말처럼 기세는 때로 성패(成敗)를 좌우하기도 한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발표한 2019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극장 관객수는 2억2668만명으로 전년 대비 4.8% 증가했다. 매출액은 1조9140억원. 전년 대비 5.5%나 뛰었다. 모두 역대 최고치다.

지난해 기세를 몰아 올해도 2억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 '천만 영화'가 5편이나 탄생했던 지난해보다는 다소 떨어진 숫자지만 2013년부터 이어온 2억 관객수는 무난하게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1월 개봉한 이병헌 주연 영화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을 시작으로 유아인·박신혜 '살아있다'(감독 조일형), 강동원·이정현 '반도'(감독 연상호), 황정민·이정재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 등이 좋은 반응을 얻으며 관객을 끌어모았던 바.

하반기 예정된 공유·박보검 주연 영화 '서복'(감독 이용주), 하정우·임시완 주연의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 김윤석·조인성 주연 '모가디슈'(감독 류승완), 송강호·이병헌·전도연 주연 '비상선언'(감독 한재림) 등 '대작 영화'가 개봉을 기다리는 만큼 총 관객수 2억2000만명까지도 기대해볼 수 있다. 

천만 감독들과 흥행 배우들이 총출동한 만큼 올해 한국영화는 외국영화보다 높은 관객 점유율을 나타냈다. 지난해에도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은 51.0%로 외국 영화보다 높은 수치를 자랑했던 바. 

지난 2018년 '어벤져스3'를 보기 위해 줄을 선 관객들 모습[사진=최송희 기자]

◆ 전 세계, 'K-무비' 열풍…리메이크 열풍까지

지난 2월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서 4관왕을 차지했다.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까지 수상하며 아카데미의 견고한 장벽을 무너뜨렸다.

영화 '기생충'을 필두로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유명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은 물론 해외 마켓 판매, 리메이크 등도 활발한 상황이다. 

먼저 지난 2월 홍상수 감독은 24번째 영화 '도망친 여자'로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감독상을 받았다. 지난 5월에는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 '행복의 나라로'(감독 임상수)가 칸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

지난 2월 개봉했던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은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제22회 우디네 극동영화제 등 해외 유수 영화제 초청과 수상 소식을 전했고, 9월 영화 '낙원의 밤'(감독 박훈정)이 제7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초청을 받았다.

올해 국제영화제들은 여느 때보다 크고 화려하게 열렸다. 해외 유명 감독·배우들이 줄줄이 영화제를 방문, 전 세계 영화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국 감독·배우들도 함께 레드카펫 위에 올랐다. 높아진 한국영화의 위상만큼이 해외 취재진과 영화 팬의 반응도 뜨거웠다.

영화제 필름 마켓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 영화 '반도'는 개봉 전부터 185개국 선판매를 달성했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80개국에 우선 판매됐다.

한국영화를 리메이크하고 싶다는 요청도 빗발치고 있다. 영화 '악인전' '지구를 지켜라' '곤지암' 등은 이미 할리우드 리메이크가 확정된 상황. 아시아권은 물론 할리우드도 한국영화 리메이크에 적극적이다. 

2019년 개봉한 인기 독립영화 두편[사진=영화 '벌새' '메기' 포스터]

◆ 영진위 예산 '1000억 시대'…독립영화 제작 활발

지난 2월 영진위는 올해 영화 발전기금 지출 예산을 전년대비 32.1% 대폭 증액한 1015억원을 확보하며 "1000억원 시대를 열었다"고 밝혔다. 영화발전기금 운영 이후 가장 높은 규모. 이 중 올해 지원사업 예산은 899억4800만원으로 책정됐다.

올해 영진위 주요 사업은 △강소제작사 육성 환경 조성을 위한 한국영화 메인투자 전문 투자조합 신설△독립·예술영화 선순환 생태계 조성을 위한 독립·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센터 설립△한국영화 인재 양성을 위한 한국영화아카데미 교육과정 확대△지역영화 창작 스튜디오 구축지원 등이다.

특히 강소제작사 육성 펀드 신설 출자금은 160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순제작비 60억원 미만의 영화 작품 투자가 주목적이다. 모태펀드 영화계정 출자금 및 회수금, 민간 투자금을 재원으로 한국벤처투자를 통해 총 300억원 규모로 결성할 계획이다. 독립·예술영화 유통배급종합지원센터 설립을 위해 40억원을 편성하기도 했다. 독립·예술영화 상영 네트워크 구축, 우수 작품의 배급·마케팅 확대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영화 '우리집' '벌새' '메기' '야구소녀' 등 한국 독립영화들이 국내외 영화제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영진위는 관객들이 쉽게 독립·예술영화를 만날 수 있도록 상영 네트워크도 구축 중이다. 영진위의 적극적인 인재 발굴과 지원 사격으로 독립·예술영화계도 활력을 찾고 있다.

※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았던 지난해, 국내 영화계에는 '경사(慶事)'가 잇따랐다.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총 2억2668만명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자랑했고, 총 5편의 영화가 '천만 영화'로 등극했다. 영진위도 영화 발전기금을 대폭 증액해 1015억원을 확보, 영화계 지원 사격을 위해 시동을 걸었다. 올해도 2억 2000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극장가는 '폭탄'을 맞게 됐다. 관객수는 70% 급감했고, 영화 발전 기금도 감면됐다. '코로나가 오지 않았다면…' 가정하에 올해 계획 중이던 영화계 일정들을 정리하며 더욱 마음이 무거워졌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영화계 들뜬 분위기가 삽시간에 가라앉은 것이 실감됐다. 지난해 떠들썩하게 '경사'를 지낸 뒤라, 코로나19 팬데믹이 더욱 뼈아프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지난 7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침착하게 극장 정상화를 끌어내지 않았던가. 분명 기회는 있다. 영화계가 다시 위기를 극복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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