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465.44포인트 빠진 1만847.69에 마감했다. 지난 2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1만2056.44)에서 10% 이상 급락하며 조정 장세에 진입했다. 이날 대형 기술주 위주로 벌어진 투매 현상이 나스닥지수에 타격을 줬다.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와 애플 등 올해 가파르게 오른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주저앉으며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이다.
테슬라는 하룻밤 사이 주가가 21.06% 폭락하며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상장 이후 하루 낙폭으로는 역대 최대다. 테슬라가 뉴욕증시의 간판 지수인 S&P500에 편입하는 데 실패했다는 소식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증자와 주요 주주의 지분 매각으로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편입에 실패한 이후 낙폭을 키웠다”면서 “이 결과 그동안 상승을 이끌었던 대형 기술주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시장 전반에 매물이 출회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국내 투자자들이 테슬라를 중심으로 기술주를 집중적으로 매수한 만큼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9월 초부터 8일까지 개인들은 테슬라 주식 4억8930만 달러(약 581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애플 주식도 같은 기간 2억5091만 달러(약 2982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연초 이후 기준으로 테슬라를 순매수한 금액은 20억3489만 달러(약 2조4182억원)에 달한다.
테슬라의 주식가치도 1조원 넘게 빠졌다. 고점이었던 지난달 31일(현지시간·498.32달러)에 비해 주가는 33.74% 폭락했다. 이달 들어서만 13억844만 달러(약 1조5576억원)가 증발한 것이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분간 테슬라의 추가 하락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테슬라가 작년 말에 비해 5~6배가 올랐다. 하반기 저점인 50달러 기준으로는 열 배가 오른 것”이라면서 “8일까지 35% 하락했다. 2018년 주가가 반토막 났던 엔비디아 사례를 보면 테슬라도 그 정도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똑같이 대입할 순 없겠지만 애플, 아마존 등도 15%가량 빠졌는데 조금 더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도 “나스닥 하락으로 기술성장주에 대한 하방 압력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대주주 과세요건 강화 같은 위험 요인도 남아 있고, 급락에도 여전히 이격도(주가와 이동평균선 간의 괴리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는 높다”며 “10월 초에는 대주주 과세 요건 강화도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이고 백신 일정이 명확해지고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한 베팅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여 기술성장주의 과열도 어느 정도 조정된 상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급락세가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소나기를 피해야 할 때라는 조언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술주들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올 것(주가 조정)이 왔다는 우려가 있지만 유동성은 유례없이 풍부하다”면서 “주가 조정 폭이 한 달 이상, 4~5% 이상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가파른 상승에 따른 피로가 누적돼 있다”며 “가격 부담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기술주보다 비기술주로 잠시 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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