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한, KPGA 신한동해오픈 첫날 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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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동훈 기자
입력 2020-09-1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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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PGA 코리안투어 신한동해오픈 첫날

  • 전재한 보기 없이 버디만 8개 줄줄이

  • 8언더파 63타로 코스 레코드 타이기록

  • 에릭 전에서 전재한으로 "응원받고 싶어"

  • 2위 노승열·문경준과 한 타 차 단독 선두

"안녕하세요. 전재한입니다."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비친 전재한(30)이 처음 내뱉은 말이다. 예전 이름은 에릭 전(Eric Chun). 국방의 의무를 다한 그는 전재한이라는 이름과 함께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2020시즌 신인 신분으로 단상에 올랐다.
 

환하게 웃는 전재한[사진=KPGA 제공]


제36회 신한동해오픈(총상금 14억원·우승상금 2억5200만원) 첫날 1라운드가 10일 인천 서구에 위치한 베어즈베스트청라GC 미국·오스트랄아시아 코스(파71·7238야드)에서 열렸다. 이 대회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비행기 길이 막히자, 3개 투어 공동 주관(코리안투어, 아시안투어, 일본골프투어)에서 올해만 코리안투어 단독 주관으로 열리게 됐다. 2015년 이후 약 5년 만이다.

오전 조로 출발한 전재한은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잡아 8언더파 63타를 때리며 선두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날 그가 적은 63타는 2016년 열린 이 대회 둘째 날 이성호(33)가 세운 코스 레코드 타이기록이다.

KPGA가 기자회견을 앞두고 배포한 전재한의 프로필 위에는 '신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었다. 그러나 프로필 하단으로 내려갈수록 '신인'이라는 수식어보다는 '많은 경험의 소유자'나 '골프 노마드'(Golf Nomad)보다는 온갖 고초를 겪은 그냥 '노마드'(Nomad)라는 느낌이 강했다.

1990년 서울에서 태어난 전재한은 1994년 부모님과 함께 말레이시아로 건너갔다. 8살에 골프를 시작한 그는 한곳에서 오래 정착하지 못했다. 10년 뒤인 2004년 호주로 이주했다. 2008년에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에 입학했다. 대학교 골프팀에서 활동하며 골프 선수로의 꿈을 키웠다. 골프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프로로 전향한 이후에는 일본에 터를 잡았다.

'왜 일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전재한은 머리를 긁적이며 "미국을 포함해 아시안투어와 일본에서 큐스쿨을 응시했는데, 일본에서만 합격했다"고 이야기했다.

전재한은 일본에서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처럼 '둥둥' 떠다녔다. 2014년 입대를 위해 귀국했고, 2016년 8월 전역했다. 군 복무를 마친 그는 KPGA 프로(준회원)에 이어 투어프로(정회원)를 획득했다. 그러나 투어에서는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잘 풀리지 않자, 그는 또다시 일본으로 건너갔다. JGTO와 2부 격인 아베마TV 투어를 병행하게 됐다. 유영은 계속됐다. 지난해 일본을 주 무대로 삼았지만, 코리안투어 QT를 통과했다. 그리고 올해 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했다. 30살에 KPGA 코리안투어 신인인 셈.
 

스윙 후 타구 방향을 바라보는 전재한[사진=KPGA 제공]


떠다니던 그가 이제는 신한동해오픈 우승을 꿈꾸고 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는 "(신한동해오픈에) 처음 출전하게 됐다. 설렘이 가득하다. 코스가 나와 잘 맞는다. 공략만 잘하면 좋은 성적이 나올 것 같다. 티샷과 퍼트 모두 잘됐다"고 환한 미소를 띠었다.

이름도 에릭 전에서 전재한으로 바꿨다. 이에 대해 그는 "군대도 다녀왔다. 한국 팬들의 응원을 받고 싶다"고 설명했다.

아마추어 시절 전재한은 촉망받는 주니어이자, 유망주였다. 2009년 아시아-태평양 아마추어 챔피언십 준우승으로 2010년 디 오픈 챔피언십 예선 출전권을 획득했다. 출전은 했으나, 커트라인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그야말로 눈부셨다. 기세를 몰아 그는 주니어, 아마추어 시절 40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화려했던 아마추어에 비하면 프로로의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전재한은 "프로로 전향하고 나서 그냥 골프를 못 쳤다. 하지만, 성적이 좋지 않다고 좌절하지 않았다"며 "디 오픈 챔피언십에 출전했던 이야기가 나오면 화가 나기도 했었다. 너무 오래된 꼬리표다. 10년 전 이야기이고, 성공하지 못했던 스토리"라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웃코스(1번홀)로 첫날을 출발한 전재한은 2번홀(파5)과 4번홀(파4) 버디에 이어 6번홀(파5)과 7번홀(파3) 두 홀 연속 버디를 낚았다. 9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더했다. 5타를 줄인 채 인코스(10번홀)로 들어선 그는 14번홀(파5)부터 16번홀(파4)까지 3홀 연속 버디를 더했다.

8타를 줄인 그는 2위 그룹(7언더파 64타)을 형성한 노승열(29), 문경준(38)에 한 타 앞서 순위표 맨 윗줄에 이름을 올렸다. 노승열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최근 발목을 접질려서 컨디션이 좋지 못한 상황이다. 스윙할 때는 문제 없다. 오늘 바람이 많이 불어서 힘들었지만, 잘 이겨냈다. 7언더파라는 스코어에 만족한다. 쇼트 게임이 잘됐다. 그린 위에서의 플레이가 중요한 것 같다. 내일 최대한 많은 타수를 줄이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제 전재한은 '성공 스토리'를 꿈꾼다. 그는 "골프는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러한 것들을 즐긴다. 오늘 나온 실수를 2라운드에서는 하지 않겠다. 아직 54홀이 남아있다. 우승에 대한 생각은 없다. 결과는 장갑을 벗을 때까지는 모르는 것이다. 매 라운드, 매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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