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청원] "난동 못 부린 게 한" 을왕리 음주운전 사망자 딸의 눈물

"119보다 변호사 먼저 불러" 목격담에 분노

[사진=MBC방송화면캡처 & 청와대 국민청원]

 

"왜 경찰서에서 난동 안피우고 나왔는지 너무 한이 됩니다"

일명 '을왕리 음주운전 교통사고' 피해자 딸이 올린 청원글 내용이다. 그녀는 한순간에 아버지를 잃었다. 그것도 음주운전을 한 여성에게 말이다.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9월9일01시경 을왕리 음주운전 역주행으로 참변을 당한 50대 가장의 딸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을왕리 한 치킨가게 사장의 딸이라고 말한 청원인 A씨는 "그날따라 주문이 많아 저녁도 못 드시고 마지막 배달이라고 하고 가셨다. 배달 간지 오래됐는데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찾으러 어머니는 가게 문을 닫고 나서는데 그 순간 119가 지나갔고, 설마 하는 마음에 가게에서 2km 근방에 오토바이가 덩그러니 있는 것을 발견하셨다. 구급대원에게 오로지 한 가지만 물어봤다고 한다. 의식이 있나요. 경찰의 도움으로 구급차를 쫓아갔고, 장애가 있어도 되니 살려만 주세요라고 빌었다고 한다. 대학병원 응급실은 받아주지 않았고, 그대로 영안실로 내려가셨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새벽 전화를 받고 영안실을 찾아 아버지의 얼굴을 확인한 후 경찰서에 사망사건 진술서를 써야 한다는 연락을 받고 갔다는 A씨는 "작은 방에서 어떤 여자가 하염없이 울고 있더라. 설마 저 사람이 가해차량 운전자인가요. 끄덕입니다. 궁금했다. 그렇게 우는 이유가 우리 아빠한테 미안해서인지, 본인 인생이 걱정돼서인지. 감정은 올라오는데 이성적으로 행동해야 했기 때문에 참았고, 직접 가해 차량 블랙박스까지 확인했다. 저 멀리서 오토바이 불빛이 보였고, 아무 걱정 없는 아빠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사라졌다. 차량의 속도를 물었지만 알려주지 않았고, 가해자 얼굴을 보고 싶다고 했지만 끝까지 보여주지 않아 돌아왔다"고 적었다.

A씨는 "장례를 치르고 있는데 인터넷 뉴스에서 가해자 아니 살인자들을 목격한 사람들의 목격담을 확인했다. 중앙선에 시체가 쓰러져있는데 가해자는 술에 취한 와중에 119보다 변호사를 찾았다고... 동승자는 바지 벨트가 풀어진 상태였다고... 왜 경찰서에서 난동 안 피우고 나왔는지 너무 한이 된다. 세상 저런 쓰레기한테 우리 아빠가 죽었구나, 우리 아빠 불쌍해서 어떡하나"라며 울분을 토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 "제발 최고 형량 떨어지게 부탁드린다. 아무리 실수여도 사람이 죽었고, 7남매 중 막내가 죽었고, 저희 가족은 한 순간에 파탄났다. 코로나 때문에 힘들어도 본인 가게니까 책임감 때문에 배달하셨다. 배달 알바 쓰면 친절하게 못한다고 한계가 있다고 본인이 갖다 줘야 한다고. 일평생 단 한 번도 열심히 안 사신 적이 없다. 이렇게 보내드리기엔 제가 너무 해드리지 못한 게 많다. 제발 마지막으로 살인자가 법을 악용해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지 않게 그거라도 할 수 있게 부탁드린다"며 호소했다. 

현재(11일 오전 7시 40분 기준) 해당 청원글은 24만 8994명이 동의를 한 상태다. 

해당 사건은 지난 9일 새벽 0시 53분쯤 인천 중구 을왕동의 한 호텔 앞에서 벤츠 승용차 운전자 B씨가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오토바이를 정면으로 들이받으면서 발생했다. 당시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을 넘은 0.1% 이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고 목격자는 YTN와의 인터뷰에서 "저희가 119에 먼저 신고했다. 가해자들은 사고를 낸 뒤 내리지 않고 119가 오니 그제야 내려 아주 당당하게 변호사에게 전화를 했다. 자신이 역주행해놓고 역주행한 사람 누구냐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인천중부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윤창호법) 혐의로 B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음주운전으로 인명 피해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음주운전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개정안' 및 '도로교통법 개정안'으로, 일명 '윤창호법'이라고 불린다. 2018년 11월 29일 국회를 통과한 윤창호법은 그해 12월 18일부터 시행됐고,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2018년 12월 7일 국회를 통과해 지난해 6월 25일부터 시행됐다.

해당 법안은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경우 법정형을 '현행 1년 이상 유기징역'에서 '3년 이상 징역 또는 무기징역'으로 높였다.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도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