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출간돼 아직까지 한국소설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정세랑 작가의 '보건교사 안은영' 중 한 단락이다.
평범한 이름과 달리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젤리'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보건교사 안은영이 새로 부임한 고등학교에서 심상치 않은 미스터리를 발견하고 한문교사 홍인표와 이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특히 '보건교사 안은영'은 현실적인 인물들에게 판타지적 요소를 덧대 '소설'로 느낄 수 있는 재미와 매력을 배가시켰던 작품. 미색 젤리 같은 응집체가 떠다니고 장난감 칼로 이를 무찌르는 여전사 안은영이 실사화된다는 소식에 팬들은 궁금증과 의구심 그리고 우려를 동시에 드러냈었다.
그리고 오늘(11일)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보건교사 안은영'의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안은영 역은 배우 정유미가, 홍은표 역은 남주혁이 맡는다.
공개된 예고편은 독특한 분위기로 예비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색색의 젤리가 공중을 날아다니고, 다소 비장한 얼굴의 안은영은 장난감 칼로 젤리를 무찌른다. 사랑스러우면서도 음산하고 또 발랄한 분위기가 이질적이지만 유니크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원치 않아도 평생 젤리와 싸워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안은영의 특별한 세계를 소개한 뒤, 안은영과 홍인표의 만남과 두 사람의 관계 등을 보여준다. 특히 예고편 중 거대한 두꺼비부터 깜찍한 문어까지 각양각색의 젤리들이 안은영이 휘두르는 무지개 칼과 비비탄 총에 흩어져 사라지는 모습은 마치 게임의 한 단계를 클리어하듯 경쾌하다.
남들은 알아주지도 않는 젤리와의 사투에 시간과 마음을 쏟아야 하는 외로운 여전사 안은영과 다리가 불편해 남들과 벽을 쌓고 지내온 홍인표가 만나 서로 의지하며 함께 성장해가는 모습은 설렘을 주기도 한다.
은영의 든든한 조력자인 침술원 원장 화수와 미스터리한 동료 교사 매켄지까지 학교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 가운데 안은영이 젤리들을 무사히 퇴치하고 평화를 얻을 수 있을지 궁금함이 고조된다.
'판타지'로 가득한 텍스트를 이미지화시키는 건 이경미 감독의 몫이었다. 영화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를 통해 파격적인 스토리텔링법과 캐릭터,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한 이 감독은 정세랑 작가의 소설 속 세계를 완성도 높게 구현해 눈길을 끈다. 그 안에 이 감독의 아이덴티티를 심어넣는 것도 잊지 않고 말이다.
정세랑 작가는 "욕망만큼 순수하면서도 오염되기 쉬운 게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괴물이나 귀신보다 욕망이 무서울 수 있다고 본다"며 젤리가 창궐한 작품 속 세계를 언급했다.
이어 "크지만 무해한 젤리가 있고 작지만 유해한 젤리가 있다. 어떤 것이 위험하고 위험하지 않을지 관찰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며, 관전 포인트를 밝히기도.
이경미 감독은 "각 에피소드에서 사람만큼이나 젤리 몬스터들도 주인공"이라며 극 중 '젤리'의 중요성을 한 번 더 언급했다.
극 중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며 젤리를 시각화하는 데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자연 다큐멘터리부터 영화, 소설, 애니메이션 등에서 젤리 슬라임의 계보를 찾았고, 그 결과 무해한 젤리들은 비교적 투명하게 설정하고 오염된 젤리는 불투명하면서도 화려한 속성을 부여하는 등 디테일을 완성해냈다고.
작품 속 이질적이면서도 키치한 매력을 배가시키는 건 음악도 큰 몫을 한다. '달콤한 인생' '곡성' '부산행' '타짜' 등을 담당한 국내 최정상의 음악감독이자 민요, 판소리 등을 접목한 얼터너티브 팝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씽씽, 이날치의 프로듀서 장영규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해 기대를 모은다.
원작 소설을 영상화하기까지. 이경미 감독을 비롯해 씽씽, 이날치 프로듀서까지 연출, 음악, VFX(Visual Effects)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영혼'을 갈아 넣었다. 시리즈 공개까지는 2주. '보건교사 안은영'이 국내 콘텐츠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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