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국내서 혼성 그룹이 처음부터 인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룰라·투투·쿨·코요태처럼 1990~2000년대는 혼성 그룹의 전성기였다. 혼성 그룹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건 2000년대 후반부터다. K팝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K팝 그룹의 춤이나 무대 퍼포먼스가 한층 화려하고 강력해지는 가운데 댄스는 K팝의 중요 요소가 됐다. 멤버들이 완벽한 호흡을 맞추면서 움직이는 댄스가 부각되는 K팝에서 혼성 그룹은 남녀 멤버의 개성을 모두 살리면서 '칼 군무'까지 맞춰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이처럼 희귀했던 혼성 그룹이 올해는 대박을 쳤다. 유재석, 이효리, 비가 뭉친 혼성 댄스그룹 '싹쓰리'가 2020년 여름 가요계를 접수했기 때문이다.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제작진은 가요계 멸종 위기에 처한 '혼성 댄스 그룹'을 부활시킨다는 야심 찬 기획을 내놨고, 유재석을 필두로 한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 특유의 감수성과 매력을 가진 혼성 댄스 그룹 제작을 발표했다. 여기에 남녀솔로가수 최초로 가요 대상을 받은 '시대의 아이콘' 이효리와 비가 멤버로 합류하며 업계 내외의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싹쓰리는 힙합듀오 듀스의 곡을 리메이크한 싱글 '여름 안에서'를 발표한 뒤 차트 상위권을 점령했으며, 신곡 '다시 여기 바닷가'를 발표한 뒤 8개 음원 차트에서 1위에 올랐고 지금도 각종 음악차트 실시간 상위 10위안에 랭크돼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트로트와 아이돌 그룹으로 획일화된 최근 가요계에서 보기 드문 혼성그룹을 재조명하며 다양성 확장에 보탬이 되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침체한 가요계를 확대시켰다"며 긍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 중남미·유럽 팬들에게 눈도장 찍은 신인 혼성그룹 '체크메이트'
여기에 '싹쓰리'로 재조명된 혼성 그룹의 인기를 이어 갈 신인 혼성 그룹이 나왔다.
5인조 혼성그룹 '체크메이트(CHECKMATE)'는 오는 21일 첫 번째 싱글 앨범 ‘드럼’을 발표하고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체크메이트(용석, 시은, 수리, 네이슨, 노아)는 그레이스컴퍼니엔터테인먼트 조선희 대표가 처음으로 기획한 5인조 혼성그룹으로, 팀명은 체스 게임에서의 승리 조건을 의미한다. 체크메이트는 팀명처럼 멤버들만의 세련되고 강렬한, 솔직하고 자유로운 매력과 트렌디한 음악으로 올 하반기 국내외 가요계에 신흥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을 예고했다.
특히 체크메이트를 향한 남미, 유럽 K팝 팬들의 관심이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
조선희 그레이스컴퍼니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국내는 아무래도 걸그룹, 보이그룹이 많다 보니 조금 더 경쟁력을 살려 새로운 형태의 그룹을 만들고 싶었다. 이에 혼성그룹으로 기획하게 됐고, 각자의 개성과 멤버들끼리의 조합을 고려하여 지금의 체크메이트가 만들어지게 됐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이어 "남미, 유럽에 선활동은 없었지만 유튜브나 SNS를 이용해 커버를 자주 올렸다. 꾸준히 올린 결과, 최근 싹쓰리 '다시 여기 바닷가'와 화사 '마리아' 커버, 그 외 인스타그램에 체크메이트 멤버들의 사진과 틱톡 영상들이 남미와 유럽 층의 반응이 좋았다"고 밝혔다.
개성적인 음악과 퍼포먼스로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혼성그룹 '카드(KARD)'처럼 체크메이트의 등장도 K팝에서 혼성 그룹의 매력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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