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9개월째 이어지고 있지만, 의료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정부에서 중장기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확진자가 증감할 때마다 거리두기 단계를 조절하는 땜질식 대처가 아닌 코로나19와 장기간 공존을 고려한 정밀 방역수칙을 내놓을 때라고 입을 모았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3일 아주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코로나19를 겪은지 이미 9개월째다. 하지만 (정부는) 메시지 혼란을 주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코로나 초기 후베이성 유입을 막지 않았고, 5·6월 위험평가 없이 거리두기를 완화했고, 7월말 쿠폰을 발행하는 등 모습을 보였다. 단기간 정책만 있고 중장기적 정책이 없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단순히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하는 대응은 한계가 있다. 장기적으론 거리두기 부분을 지속 가능한 형태로 변경해야 한다”면서 “일단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영역에서는 강한 방역 수칙을 적용해야겠지만 여러 가지 기술적 지원이나 재정 지원을 통해 현장에서 감염병 대응력이 올라가도록 수칙을 변경하는 게 필요하다. 예컨대 식당, 카페 등에서 칸막이를 세우고 이에 대한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전문가들은 겨울철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 추석 기간 방역의 고삐를 바짝 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교수는 “현재 방역 정책으론 추석 이후 대폭발이 우려된다”며 앞으로 “밀도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클럽, PC방 등이 막히니까 오피스텔, PC텔에 사람들이 모이고 있으며, 배차 간격 조정으로 9시 전 대중교통 이용 인원이 몰린다. 한 곳만 제한하면 결국 다른 곳으로 몰리게 되고, 풍선효과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도 추석 기간 강화된 방역 정책을 강조하면서 “우리는 이미 전체 환자의 80%가 어디서 발생하는지 안다. 교회 소모임, 방문판매 등인데, 전국민이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게 아니라 정밀 방역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거리두기 완화돼도 한강은 못 가”
거리두기가 완화돼도 여의도·뚝섬·반포 등 서울 주요 한강공원 내 밀집지역에 대한 시민의 출입통제는 이어진다. 마스크를 착용한다면 걷거나 뛰거나 자전거를 타는 건 가능하다. 또 서울시는 잠원·잠실·망원 등 공원엔 A자형 간판을 세워두고 플래카드를 걸어놓는 등 집단모임 금지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서울시는 거리두기 2단계 시행 뒤 ‘풍선효과’로 한강공원 이용객 수가 지난해 대비 40% 이상 증가하자 한강공원 이용객의 절반가량이 이곳에 몰리는 여의도·뚝섬·반포 등 주요 한강공원 내 밀집지역에 시민 출입을 통제했다. 또 11개 전체 한강공원 내 모든 매점과 카페는 밤 9시 이후 영업을 금지하고, 공원 내 주차장도 밤 9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는 이용을 제한했다.
나종택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운영총괄과장은 “통제 금지 기간과 캠페인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논의 중이다. 한강 통제로 공원으로 시민들이 몰리고 있는데 이런 부분(또 다른 풍선효과)을 고려해 중장기적인 계획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제를 해도 현재는 페널티를 줄 만한 법적 근거가 없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한강 통제는 필요한 방역 조치라고 평가했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는 “공원을 통제한다는 용어는 적절하지 않고 공원을 이용하되 예방수칙을 지켜서 이용해라 이렇게 보는 게 맞다”면서도 “야외라 해서 무조건 안전한 건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거리두기 완화되면 뭐가 달라지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하향 조정되면서 그간 매장 내 취식이 금지됐던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 심야 시간 포장·배달만 가능했던 일반 음식점 등은 마스크 착용과 QR코드 기반 전자출입명부 작성 등 철저한 방역수칙을 지키는 조건 하에 예전처럼 정상 영업을 할 수 있다.
2.5단계 하에서 비대면 수업만 허용됐던 중소형 학원과 직업훈련기관의 경우도 다시 대면수업이 허용된다. 운영이 중단됐던 독서실, 스터디카페, 실내체육시설의 경우도 마스크 착용, 출입자 명부 작성, 이용자 간 2m(최소 1m) 거리두기 등의 수칙을 의무화하면 문을 열 수 있다.
PC방의 경우 고위험시설에서 제외돼, 미성년자 출입금지, 좌석 띄어앉기, 음식 섭취 금지 등의 방역수칙을 의무화하면 영업할 수 있다.
이들 시설이 핵심 방역수칙을 위반해 적발될 경우 정부는 집합금지 조치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내릴 수 있다.
다만 실내 50명 이상, 실외 100인 이상 대면 모임 금지 등은 계속되며, 클럽·노래연습장·뷔페 등 고위험시설 11종의 영업도 금지된다.
프로야구, 축구 등 스포츠 행사는 지금처럼 무관중 경기로 해야 하고 사회복지 이용시설과 어린이집에도 휴관 및 휴원 권고 조처가 지속된다. 실내 국공립시설 운영 중단, 학교 밀집도 완화 등의 조치도 유지된다.
교회에 대해서는 ‘비대면 예배’를 원칙으로 하되 정부와 교계 간 협의체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후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영세 자영업자와 서민층의 희생을 계속 유지하기에는 그것이 오히려 방역 효과와 수용성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염려가 많은 곳에서 제기됐다”면서 “수도권 거리두기를 2단계로 완화해 오는 27일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태림·전환욱 기자 kt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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