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스가의 '말로만' 개혁 드라이브...진심은 '헌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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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09-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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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가노믹스는 '같은 듯 다른 듯' 아베노믹스"

  • 인사로 드러난 개혁 허상...결국엔 헌법 개정?

지난 14일 일본 자민당 신임 총재에 당선하며 제99대 일본 총리대신 자리를 예약해놓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내각 구성 전부터 '개혁 드라이브'를 외치고 있다. 스가 나름으로선 전임 아베 신조 정권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려는 모양새지만, 자민당 인사에서부터 드러난 개혁 허상에 스가 내각의 실상은 '평화헌법 개헌'을 향한 아베 정권의 반복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받고 있다. 
 

지난 14일 일본 자민당 총재에 당선한 후 인사하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사진=유튜브/TBS]

 
"스가노믹스는 '같은 듯 다른 듯' 아베노믹스"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스가 장관의 새 내각이 향후 일본 사회 구조 개혁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며 그의 총재선거 공약을 대대적으로 조명했다.

스가 장관은 전날 총재로 당선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관공서의 수직적인 관계, 기득권, 나쁜 선례를 타파하고 규제개혁을 철저히 추진하겠다"면서 "총재에 취임한 지금, 이상한 부분이 있으면 철저히 점검해 일본을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가 총재선거 동안 내세운 공약은 '관료주의 등의 규제개혁을 통한 디지털화와 생산성 향상 전략'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앞서 아베 정권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가 제시한 세 가지 화살(△대규모 금융 완화 △재정지출 확대 △규제개혁 등을 통한 성장) 중 사실상 실패했다고 평가받는 영역이기도 하다.

우선,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늦장 일처리로 국민적 불만이 커졌던 '아날로그 방식'의 일본 행정부를 뜯어고친다. 이를 위해 스가 내각은 디지털청을 창설하고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증에 해당하는 개인 고유번호 부여 제도인 '마이넘버카드' 보급 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이어 관료주의 철폐를 위해 '칸막이 행정(부처 이기주의)' 타파도 밀어붙인다.

스가 장관은 향후 디지털청을 통해 부처 간 정책을 일원화하는 한편, 후생노동성을 후생성(복지)과 노동성(노동)으로 분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코로나 사태 대응과정에서 후생노동성은 팩스 통신을 통한 코로나19 현황 집계와 감염검사 역량 확충에 실패했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한편, 이날 스가 장관은 "팔다리를 강화하지 않으면 나라 살림을 꾸려갈 수 없다"면서 중소기업과 지방은행의 통합·재편을 암시했다.

스가는 일본 전체 기업의 99.7%(약 358만개)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낮은 생산성을 지적하며 최저임금 인상과 성장 여력 확충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방은행에 대해서는 경영 기반 강화를 위한 재편 추진을 언급했다.

아울러 스가 장관은 '국민들을 위한 정책'으로 휴대전화 요금 인하도 약속했다. 이는 과거 그가 총무상이었던 2006년부터 맡아오던 정책으로 지난 2018년에는 "40%까지 낮출 수 있다"고 지적한 적도 있다.

스가 장관은 일본 통신시장이 △NTT도코모 △소프트뱅크 △KDDI의 au(에유) 등 대기업 3사에 독과점된 상황이라면서 전파 사용료 인상 등으로 기업 간 경쟁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정책 공약에 꼼꼼하고 치밀한 그의 성격이 잘 반영해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각 정책의 논리 전개에서 디테일이 살아있고 오랜 현장 관리 경험으로 전체적인 판을 꿰뚫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일본 자민당 총재에 당선한 후 인사하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사진=유튜브/TBS]
 

인사에서 드러난 개혁 허상...끝은 결국 헌법개정?
다른 한편에선 스스로도 '아베의 후계자'를 자처하며 사실상 '3기 아베 정권'이나 다름 없는 상황인 스가 장관이 말하는 '개혁 드라이브'는 허상에 그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는 실제 15일 스가 장관이 단행한 일본 자민당 간부 인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스가 장관은 "나는 파벌의 힘으로 입후보한 게 아니기에 파벌의 폐해는 전혀 없다"면서 "개혁 의욕이 있는 인사를 우선하겠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날 나온 결과는 사실상 자신의 총재 당선을 전폭적으로 지원한 자민당 내 5개 주요 파벌에 자리를 골고루 안배한 것에 불과했다. 

우선, 이번 선거 승리의 1등 공신 역할을 한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을 그대로 유임했다. 니카이 간사장은 강력한 경쟁자였던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에서 스가 장관으로 지지 의향을 급선회했을 뿐 아니라, 당내 2인자 위치인 간사장으로서 투표 방식을 스가 측에 불리한 전체 당원투표를 뺀 약식선거로 결정하는 데 압력을 넣었다. 

이시하라파의 모리야마 히로시 국회대책위원장도 자리를 유임했다. 아소파의 사토 쓰토무 전 총무상은 총무회장에, 호소다파의 시모무라 하쿠분 선거대책위원장은 정조회장에, 선거대책위원장에는 다케시다파의 야마구치 다이메이 조직운동본부장을 임명했다.

이에 대해 전날 아사히신문은 아소파의 한 중견 의원을 인용해 "스가가 인사에서 각 파벌의 수장에게 사전 양해를 얻지 못하면 나중에 큰일날 것"이라며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아울러 오는 16일 내각 신임 인사 역시 파벌 안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베 정권의 2인자였던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도 유임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결국 스가가 외치는 '개혁 드라이브'의 최종 목표는 자민당의 염원인 평화헌법 개정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스가 장관도 헌법 개정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앞서 후임 총리 지명 후 그는 "자민당은 헌법 개정을 당헌으로 창당한 정당이기에, 총재로서 헌법 개정에 도전하고 싶다"면서 "국민들 사이에서 헌법 개정 분위기를 높여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스가 장관은 △자위대 명기 △교육 무상화 △긴급사태 대응 △참의원 선거구 합구 문제 해소 등의 핵심 항목을 담은 구체적인 개정안도 작성한 상태로 알려졌다.
 

지난 14일 일본 자민당 총재에 당선한 후 인사하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사진=유튜브/T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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